해설:
제 2 권의 마지막 시편은 ‘솔로몬의 시’라는 표제가 붙어 있습니다. 마지막 절에는 “이새의 아들 다윗의 기도가 여기에서 끝난다”(19절)고 되어 있습니다. 이 불일치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다윗이 그 아들 솔로몬을 위해 드린 기도일 수도 있고, 솔로몬의 기도가 다윗의 마음을 담고 있다는 뜻으로 이렇게 썼을 수도 있습니다. 어쨋거나 이 시편은 ‘제왕시편’의 하나로서, 한편으로는 왕을 위해 복을 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왕이 주어진 소임을 다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이 기도에 다윗 왕가에 대한 이상이 담겨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기도자는 왕이 하나님의 의를 배워 의롭게 되게 해 주시기를 구합니다. 인간의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가 왕의 통치 원리가 되어야 합니다(1-2절). 그럴 때 비로소 “평화”(샬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3절). 평화는 싸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것이 본래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진정한 샬롬은 하나님의 의가 다스릴 때 이루어집니다. 하나님의 의는 가난하고 억압 받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돌아가게 합니다(4절). 하나님의 의를 따르는 왕은 사회적 약자들을 살피고 돕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도자는 또한 백성들이 왕을 두려워하게 해 주시기를 구합니다(5절). 공포감이 아니라 경외감을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왕이 백성에게 풀밭에 내리는 비처럼, 땅에 떨어지는 단비처럼”(6절) 선정을 펼쳐야 합니다. 그럴 때 정의와 평화가 자리를 잡습니다(7절). 그런 왕이라면 온 세상의 모든 백성들이 그를 두려워 하면서도 그 다스림을 찾아 모여들 것입니다(8-11절).
그런 왕이라면 가난하고 힘 없는 백성의 소리에 귀 기우리고 그들의 형편을 살필 것입니다(12-14절). 이런 왕이라면 하나님의 돌보심을 받아 만수무강할 것이며 온갖 귀한 선물을 받게 될 것이며 백성들은 그를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15절). 그뿐 아니라 그가 다스리는 땅도 더불어 축복을 누릴 것입니다(16절). 그런 왕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며, 다른 민족들도 그 왕으로 인해 복을 누릴 것입니다(17절).
기도자는 그런 왕을 허락하시고 그를 통해 축복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립니다(18-19절).
묵상:
이 시편은 다윗 왕가에 대한 이상을 담은 기도이지만, 모든 나라, 모든 시대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적용되어야 할 높은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권력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위해 사용하도록 맡겨진 것입니다. 따라서 권력을 맡은 사람은 그것을 사유화 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혹은 자신을 지지하고 충성하는 사람들만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타락한 욕망을 따라 판단하고 선택하다 보면 필경 그렇게 기울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민주 제도 하에서 권력은 국민이 맡겨 준 것이지만, 더 근원적으로 본다면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 지도자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하나님 앞에 겸손히 나아가 서는 것입니다. 그분 앞에서 자신은 다만 인간임을 기억할 때 하나님의 의를 배우게 될 것이며, 그 의가 그의 권력을 바르게 사용하도록 인도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향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권력을 맡은 이들이 그 권력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향할 때 그 사람은 그만큼 하나님의 의에 가까이 접근해 있다는 뜻입니다.
권력이 하나님의 의를 따라 바르게 사용될 때 진정한 샬롬이 임합니다. 모든 존재가 각자에 걸맞는 자리에서 각자의 빛깔을 내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샬롬입니다. 그것이 권력의 쓸 모입니다. 그럴 때 권력은 “풀밭에 내리는 비처럼, 땅에 떨어지는 단비처럼”(6절) 다가 올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이 맡겨준 권력이 들불처럼, 홍수처럼 자신의 삶을 할퀴는 것 같은 경험을 합니다.
이 시편에 담긴 이상은 역사상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습니다. 선정을 펼쳤다고 평가 받는 사람들조차도 그늘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편을 읽으면서 내가 권력을 맡겨 준 사람의 선정을 빌고 기도하는 한 편, 영원하신 왕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합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실망을 거듭하면서 우리는 다시 오셔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시고 거기서 모든 믿는 자들과 함께 다스리실 그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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