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7편: 묵상의 힘

해설:

이 시편 역시 아삽의 작품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두둔’은 음악 용어인데, 그 의미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시편도 역시 74편에서 언급한 총체적 절망 상황에서 드리는 기도입니다. 이 시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구원에의 호소(1-2절) 후에 절망적 상황에서 오는 회의와 불신의 고백(3-9절)이 이어지고 과거에 하나님이 행하신 놀라운 일들에 대한 묵상(10-20절)으로 나아갑니다.

시인은 아주 깊은 고난 가운데 처해 있습니다. 그는 “밤새도록 두 손 치켜 들고”(2절) 하나님을 향해 구원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고난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위로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 고난의 상황이 달라져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그는 “내 마음은 위로를 받기조차 마다하였습니다”(2절)라고 기도합니다. 

아무리 기도하고 구해도 상황이 변화되지 않으니 하나님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고 마음이 약해집니다(3절). 하나님의 무응답이 서운하고 또한 실망스럽습니다. 시인은 근심과 걱정, 실망과 절망 가운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4-5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도록 흘러간 세월을 회상하는 동안 하나님께 대한 회의와 의심이 마음을 파고 듭니다(6-9절). 과거에는 그토록 가까이 계신 것 같았던 하나님이 너무도 멀리 계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거에는 그리도 신속하게 기도에 응답해 주셨는데, 이제는 자신의 기도에 귀를 막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랑하시고 돌보신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인은 도리질 쳐서 그 모든 의문과 회의를 떨쳐 버리고 “가장 높으신 분께서 그 오른손으로 일하시던 때, 나는 그 때를 사모합니다”(10절)라고 기도합니다. 고난의 상황이 변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는 하나님에 대해 의심하고 회의하는 대신에 과거에 그분이 행하신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되뇌고 되새기겠다고 고백합니다(11-12절). 그는 출애굽 과정에서 조상들에게 행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기억합니다(13-15절). 출애굽의 역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하나님 체험 이야기입니다. 또한 그분은 온 우주와 피조물을 다스리십니다(16-19절). “물들”(16절)과 “바다”(19절)는 시인이 당하고 있던 고난을 상징합니다. “주님의 길은 바다에도 있다”(19절)는 말은 고난 중에도 주님께서 인도하신다는 뜻입니다. 시인은 지금 그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하나님은 모세와 아론에게 함께 하신 것처럼(20절) 자신에게도 함께 하시고 인도하시리라는 고백입니다. 

묵상:

묵상은 마음의 방향을 하나님께 돌리려는 노력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죄의 유혹에 취약합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죄가 이끄는 방향으로 끌려가게 되어 있습니다. 일이 잘 될 때 우리의 마음은 교만의 죄에 이끌립니다. 마음이 교만해지면 하나님의 자리에 서려 합니다. 반면,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절망하고 낙심하기 쉽습니다. 그럴 때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침식 당합니다. 7-9절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의문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누구나 갖게 되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불신의 땅으로 넘어갑니다. 

묵상은 우리의 마음을 바로 잡아 하나님을 향하게 만들어 주는 힘입니다. 그것은 교만해진 마음을 낮추고 낮아진 마음을 들어 올리고 무뎌진 마음을 예민하게 만들어 줍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고 비틀거리는 걸음을 붙들어 줍니다. 그럴 때 상황에 상관없이 우리는 늘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지킬 수 있습니다. 묵상의 대상은 과거에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입니다. 시인은 출애굽 사건을 기억했고, 하나님의 창조를 기억했습니다. 그것을 하나 하나 기억하고 입으로 고백할 때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회복됩니다.   

시인은 절망적인 위기를 만나 믿음이 침식 당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는 고난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며 마음이 가는 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마음에는 회의와 의문과 불신이 들어차게 되었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곧 불신의 땅으로 넘어갈 위기에 있었습니다. 그 위기에서 그를 구해 준 것이 묵상이었습니다. 그는 “가장 높으신 분께서 그 오른손으로 일하시던 때”(10절)를 기억하고 그것을 입으로 되뇌었습니다. (히브리어에서 ‘묵상’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이 시편은 미완의 기도처럼 보입니다. 과거의 일을 묵상하는 것으로 기도가 끝납니다. 하지만 이 시편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그의 믿음이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6 responses to “시편 77편: 묵상의 힘”

  1. 신실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믿기로 결단 합니다, 20년 이상 저의 기도를 침묵으로 들으시는 주님! 주님만 바라보고 참고 기다리는 마음에 평안을 원합니다, 가장 적절한 시간에 가장 적절한 응답을 확신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지난날 허락하신 모든 은혜를 기억하고 주님안에서 믿음의 가족들과 더불어 신실하시고 구원의 하나님을 세상에 알리는 오늘이 되도록 도와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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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유대 사람들은 이런 시편을 읽으면 절절이 가슴에 와 닿고 흐느끼겠지만 나한테는 마치 남의 나라역사를 읽으며 아 그런 일도 있었구나 하는 호기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직도 주님에 대한 내 믿음이 멀리있습을 고백합니다, 그 들의 역사가 내 역사로 느껴지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들의 심정이 내 심정으로 이입되기를 기도하며 끝내는 주님께 감사와 찬송을 드립니다, 그져 감사하는 마음으로 묵묵한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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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기억의 중요성을 묵상합니다. 생물의 진화에도 ‘기억’의 역할이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공격이 있을 때 판단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기억을 빨리 잘 하고 못 하고가 중요합니다. “집단 지성 collective wisdom”은 사회적인 합의를 거친 집단 기억의 정예부대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침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입니다. 귀로 듣는 대신 마음으로 듣습니다. 청각이 미미하거나 없는 사람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진동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체의 진동 (심장 박동 같은)이 음악의 진동과 하모니를 이루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끼리 대화하는 것과 조금 다르지만 묵상 중에도 대화를 합니다. 성서를 읽는 것에서 부터 대화의 시작입니다. 활자로 된 글은 저자의 음성입니다. 시인이 하는 말을 읽(듣)습니다. 듣다 보면 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성서가 내 기억의 어떤 이야기를 불러옵니다. 기억 속의 그곳으로 다시 가 봅니다. 주님과 같이 가는겁니다. 기억으로만 있던 것이 은혜의 깨달음으로 바뀌는 것을 여러번 경험합니다. 에피퍼니 epiphany 의 순간입니다. 때로 아픔과 절망이 너무 클 때는 이런 묵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용광로처럼 마음의 시련이 펄펄 끓을 때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습니다. 내 마음이 가시 덩어리로 변한 듯 나를 찌르고 남을 찌릅니다. 아프기만 합니다. 그런 시간만 계속 된다면 우린 다 죽고 말겠지만 어느 순간 열이 내리고, 폭우가 그칩니다. 주님의 음성이 작고 희미하게 들리는 듯 합니다. 오늘 시인이 말하듯 바다가 주를 보고 뒤로 물러간 것입니다 (16절). 바다를 가로질러 큰 길을 내셨던 (19절) 출애굽기 말씀의 주님이 나의 고통의 자리에 숨길을 내 주십니다. 주의 백성이 함께 경험한 은혜의 기억이 수천년의 시간을 지나 지구촌 한 모퉁이 나의 삶에서 재생됩니다. 따뜻하고 환한 방에서 묵상할 수 있게 하시는 주님께 감사합니다. 묵상할 수 없이 아픈 시간에도 나를 기억하시는 주님께 감사합니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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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aekhwan - T.K. Lee Avatar
    Taekhwan – T.K. Lee

    묵상을 하며 지혜를 구하게 됩니다. 그 지혜는 진리입니다. 그 지혜는 하나님에게로부터 나옵니다. 마치 시편기자의 마음이 제 상황인 듯하여 동일한 고백이 되어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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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나님 앞에서 우주의 먼지 보다 작고 연약한 나를 지켜주시고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사랑이 많으시고 위대하신 하나님 사랑합니다. 눈을 감고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 세월들을 말씀에 의지하여 아삽처럼 기억해봅니다. 주님은 나의 기도를 들으시고 내가요구하는 대로 이루어 주시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형편과 처지를 아시고 하나님의 시간에 이루어 주셨습니다. 이후로도 어렵고 힘들때마다 하나님께 믿음으로 간구의 기도를 올리므로 해결 해 주실것을 믿습니다. 아멘.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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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우리가 응답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시간중이라도 주님이 우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갈 붇들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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