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 시편은 77편과 맥을 같이 합니다. 앞의 시편에서 시인은 절망 중에 과거에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을 기억하고 되뇌이겠다고 고백합니다. 78편은 출애굽과 광야 여정 그리고 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회상합니다. 이 시편은 ‘역사 회고시’에 속합니다.
먼저 시인은 조상들이 자신들에게 들려 준 “옛 비밀”(2절)을 들려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그들의 후손에게도 들려 주어 대대로 이어지게 해야 할 이야기입니다(4-6절). 그렇게 하면 “그들이 하나님께 희망을 두어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잊지 않고, 그 계명을 지킬”(7절) 것이며, 조상들처럼 고집만 부리며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잘못을 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8절).
이스라엘의 역사는 ‘인간의 배역’과 ‘하나님의 은혜’가 반복된 역사입니다. 9절부터 72절까지 “그럼에도”와 “그러나”라는 말이 거듭 나옵니다. “그럼에도”는 인간의 배역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혜를 의미하고, “그러나”는 그 은혜를 잊고 죄악을 좇는 이스라엘 백성의 허물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의 죄. 하나님의 은혜.
9-11절. 12-16절.
17-22절. 23-29절.
30-37절. 38-55절.
56-58절. 59-72절.
이렇듯,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배역과 하나님의 은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시인은 하나님의 은혜의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인간의 배역은 하나님의 은혜를 고갈시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역사는 결국 인간의 죄악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 지배한다는 뜻입니다.
국가가 형성된 후, 하나님께서는 열두 지파 중에서 유다 지파를 택하시고 시온 산을 뽑아 당신의 성소로 삼으시며 다윗을 선택하셔서 모든 백성의 목자게 되게 하십니다(67-72절). 그것이 이스라엘 백성의 지속적인 배역에 대한 하나님의 대책입니다. 인류 전체의 죄악을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선택 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 중에서 유다 지파를 택하셨고, 유다 지파 중에서도 다윗을 택하여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게 하셨습니다.
묵상:
이스라엘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에게 있던 죄성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쉽게 잊고 그분을 거역하며 시험하고 거스릅니다. 그것은 곧 가시채를 발길로 걷어 차는 것(행 26:14)처럼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일인데, 우리는 우둔하여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죄를 낙으로 알고 죄를 탐하다가 그 죄로 인해 고난을 당하고 불행을 당합니다.
고난의 깊은 수렁에 빠지고 나서야 우리는 진상을 깨닫고 하나님께 도움을 호소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은혜를 거듭 망각하고 죄의 길을 탐하는 우리를 영영 버릴 만도 한데, 그분은 또 다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원해 주십니다. 그 정도로 은혜를 입었다면 더 이상 그분의 품을 떠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의 바람 난 마음은 어느 새 그 은혜를 권태로이 여기고 또 다시 죄를 탐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는 고갈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다함 없는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결정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십자가의 활짤 열린 가로대는 언제든지 와서 안기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 줍니다. 지상에 우뚝 서 있는 십자가는 결국 하나님의 은혜가 다스리신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들려 줍니다. 끝내 하나님의 은혜가 이깁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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