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 시편은 아삽의 작품으로 되어 있지만, 바벨론에 의해 예루살렘 성이 점령 당하고 성전이 파괴될 때의 상황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삽의 시편이 전승되는 과정에서 후대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거나, 아삽의 후손이 지은 것일 수 있습니다. 내용은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시인은 먼저 이스라엘이 당하고 있는 고난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이방 나라들이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성전을 돌무더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1절). 죽임 당한 사람들의 시신은 그대로 방치되어 새들과 들짐승의 먹이가 되고 있습니다(2절). 희생 당한 사람들의 피가 흘러 넘치고 있지만 시신을 수습해 줄 사람조차 없습니다(3절). 이방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조롱합니다(4절).
이것은 주전 586년에 바벨론이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 일어났던 일입니다. 역사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바벨론은 1년 반 동안 예루살렘을 포위하여 고립시킨 후에 성을 함락시켰습니다. 점령군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야만적 행위들을 예루살렘 주민에게 자행했습니다.
시인은, 이제는 심판을 멈추어 달라고 호소합니다(5절). 자신들은 이미 충분한 벌을 받았으니 진노의 표적을 원수들에게로 돌려 달라고 호소합니다(6-7절). 그러면서 시인은 “우리 조상의 죄악을 기억하여 우리에게 돌리지 마십시오”(8절)라고 기도합니다. 그는 지금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고난이 조상의 죄로 인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징계로 인해 자신들이 얼마나 불쌍하게 되었는지를 보시고, 주님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을 구해 달라고 청합니다(9절). 그렇지 않으면 이방인들이 “그들의 하나님이 어디에 있느냐?”(10절)고 비웃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보여 달라고 간구합니다. 이방 나라들이 주님을 모독한 그 모독을 그들의 품에다가 “일곱 배”로 갚아 달라고 기도합니다(11-12절). “일곱”은 완전수입니다. “일곱 배로 갚아 주십시오”라는 말은 최대의 보복을 해 달라는 뜻입니다. 당시 바벨론 점령군이 얼마나 잔인하게 행동했는지를 기억하면 시인의 이 간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인은, 그럴 때 주님의 백성은 하나님께 영원히 찬양 돌릴 것이라고 고백합니다(13절).
묵상:
78편에서 시인은 하나님의 은혜를 거듭 배반하는 이스라엘의 고집스러운 죄에 대해 고백했습니다. 그 악순환의 고리는 이스라엘의 배반과 그로 인한 징계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이스라엘의 반역보다 더 컸습니다. 하나님의 정의는 죄에 대한 대가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반드시 사랑이 따라옵니다. 하나님의 이야기는 언제나 은혜로 끝납니다.
그런 믿음에 근거하여 시인은 유다 백성이 처한 상황을 봅니다. 유다 백성은 바빌로니아 군에 의해 참담한 불행을 겪었고 지금도 예루살렘 성과 성전은 폐허로 남아 있습니다. 주변 민족들은 유다의 참혹한 불행을 보며 그들의 하나님을 조롱합니다. 시인은 그 모든 것이 그들의 반역의 죄로 인해 받은 대가임을 인정합니다. 그것은 조상들이 쌓아 올린 죄의 결과이지만(8절) 그 죄에 자신도 연루되어 있음을 인정합니다(9절). 언약 백성으로서 그들은 전체로서 하나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조상들의 죄에 자신을 연루시켜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시인은 하나님의 은혜에 기댑니다. 하나님 앞에 내세울 만한 어떤 의도 자신에게 있지 않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은 인간의 반역의 죄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주님의 긍휼하심으로 어서 빨리 우리를 영접하여 주십시오”(8절)라고 기도합니다. 또한 그는 “주님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생각해서라도” 혹은 “주님의 명성을 생각해서라도”(9절)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다윗이 목자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서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바른 길로 인도하신다”(시 23:3)고 고백 했던 것과 같이, 시인은 하나님의 은혜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분께 무엇인가를 기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분의 무한하신 은혜와 사랑 때문입니다. 때로 하나님이 없는 것 같고 하나님에게 버림 받은 것 같은 상황에 처해도 의심하지 말 것은 그분의 절대 불변의 은혜입니다. 그분의 그 은혜와 사랑으로 오늘 하루도 거뜬히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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