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아삽의 시로 되어 있는 이 시편은 초막절에 부르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초막절은 유월절, 오순절과 함께 유대인의 삼대 축제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과거에 광야에서 조상들에게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며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은혜를 베푸실 것을 기도하는 축제입니다.
먼저 시인은 백성에게 온갖 악기를 동원하여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말합니다(1-3절). 초막절을 지키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명령이기 때문입니다(4-5절). 이 축제를 지킴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은 과거에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찬양과 감사는 믿음을 지키고 키우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그런 다음, 시인은 갑작스럽게 자신이 들은 “한 소리”(5절)를 전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로부터 들은 음성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이집트에서의 노예 살이로부터 해방시키시고 광야 유랑길에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상기시키십니다(6-7절). 그러면서 우상 숭배에 빠지지 말도록 경고하십니다(8-9절). 과거에 그들의 조상은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은혜를 믿지 못하고 고집을 부려 우상 숭배의 죄에 빠졌습니다(10-11절). 그래서 하나님은, “나는 그들의 고집대로 버려 두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게 하였다”(12절)고 하십니다.
만일 그들이 고집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을 따랐다면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원수들로부터 보호해 주셨을 것입니다(13-14절). 개역개정의 15절(“여호와를 미워하는 자는 그에게 복종하는 체할지라도 그들의 시대는 영원히 계속되리라”)은 의미가 모호한데, 새번역이 그 의미를 잘 풀어 번역해 놓았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 했다면 원수들에게도 짓밟히지 않았을 것이고, 제 손으로 추수한 곡식으로 배불리 먹었을 것입니다.
묵상:
세속적인 의미에서 축제는 우리끼리 즐기자는 것입니다. 향락에 취하여 현실의 어려움을 잠시 잊어보자는 의도입니다.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에 분위기를 잡치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현실에 눈 질끈 감고 노래하면서 서로의 흥을 돋구어야 합니다. 순수히 인간적인 동기에서 시작하여 오직 인간적인 즐거움을 위해 계획되고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지키는 축제는 동기와 목적에 있어서 전혀 다릅니다. 우리끼리 즐기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명하셔서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를 올리기 위해 지키는 것입니다. 현실에 눈 질끈 감고 향락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눈 부릅뜨고 현실을 직시하자는 뜻입니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은 축제의 한 복판에서 인간적으로 김 빠지게 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조상들처럼 우상숭배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십니다. 조상들이 우상숭배에 끌린 이유는 인간적인 욕망을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 반대 방향으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인간적인 욕망 충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목적을 두고 살라는 뜻입니다.
모여서 축제를 지키라고 명하신 이유는 축제와 같은 삶을 살게 하시려는 데 있습니다. 우리의 죄 된 본성을 만족시키는 축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아름답고 거룩한 축제의 삶을 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우리끼리 즐기는 축제는 그 이후의 삶을 더욱 추하게 만들고 불행하게 만듭니다. 반면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축제는 그 이후의 삶을 복된 길로 인도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키는 예배와 축제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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