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아삽의 것으로 되어 있는 이 시편은 국가적인 불행에 대해 애도하고 탄원하는 앞의 시편들과 차별성을 가집니다. 1절에서 언급된 “신들”은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고 있던 왕들과 고관들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법정에서 나오셔서 불의한 통치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2절부터 4절까지는 시인이 묵상 중에 들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악인의 낯 보기”(개역개정 2절)는 악인 편을 드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들에게 권력이 맡겨진 것은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그들은 강자들 편에 서서 약자들을 억압합니다. 하나님은 그 일을 멈추라고 하십니다. 3절과 4절에서 시인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다양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가난한 사람”(3절, 히브리어 ‘달’)은 무력한 상태를 강조하는 표현이고, “가련한 사람”(히브리어 ‘아니’)은 자신의 소유가 없어서 타인에게 의존하여 사는 사람을 가리키며, “궁핍한 사람”(히브리어 ‘라쉬’)은 박해를 받아 가난해진 사람을 가리킵니다. “빈궁한 사람”(4절, 히브리어 ‘에브욘’)은 다른 사람의 너그러움에 의지하여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이 표현들은 의미에 있어서 서로 중첩 되기도 하지만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여러 가지 표현을 사용하여 당시의 모든 사회적 약자들을 아우르려고 한 것입니다.
5절은 불의한 현실에 대한 시인의 탄식입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면서 권력을 오용하고 있던 통치자들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과 같습니다. 시인은 통치자들의 불의로 인해 “땅의 기초가 송두리째 흔들렸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흔들리고 무너져 버렸다는 뜻입니다.
6-7절에서 시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이어갑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심판을 선언하십니다. 권력에 취하여 스스로 신이 된 것처럼 혹은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들도 결국 다른 사람들처럼 죽게 될 인간일 뿐입니다.
시인은 마지막으로 불의한 통치자들을 심판하고 정의를 회복해 달라고 하나님께 호소합니다(8절).
묵상:
인간의 내면에는 스스로 신이 되고 싶은 갈망이 있습니다. 그것이 원죄의 원인이었습니다. 그 갈망을 만족시켜 주는 것이 힘입니다. 돈의 힘, 완력의 힘, 지위의 힘, 지능의 힘 같은 것들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게 만들고, 그 힘으로 자신의 욕망을 만족 시키려 합니다. 힘이 클수록 그런 경향은 강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종류의 힘은 위험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힘이 정치 권력입니다. 인간의 타락한 욕망에 정치 권력은 마약과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그 권력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덮을 수 있다고 오해합니다. 시인이 말한 대로 권력은 그 사람의 마음의 눈을 멀게 하여 어둠 속에서 헤매게 만들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어지럽힙니다.
이런 까닭에 믿는 이들은 항상 정치 권력에 대해 비판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시인은 현실 정치 권력에 대해 모른 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정의에 비추어 현실 정치 권력을 보았고, 하나님께서 불의한 정치 권력을 심판해 주시기를 구했습니다. 그는 기도만 하고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치 권력이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일에 사용될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일을 다했을 것입니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힘이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사용 되도록 힘 썼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힘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정의롭게 사용할 책임은 왕이나 고관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돈이든, 완력이든, 지능이든, 지위이든, 크든 작든 모든 힘은 힘 없는 이들을 위해 사용하도록 맡겨 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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