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84편: 순례길에 오른 마음

해설:

이 시편은 “고라 자손의 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고라 자손의 시는 이미 42편부터 49편에서 읽은 바 있습니다. 고라는 모세와 아론의 권위에 반기를 들어 사형을 당한 인물입니다만(출 6:24; 민 16장), 그 자손들은 살아 남아 다윗과 솔로몬 시대로부터 성전 악사와 문지기로 섬겼습니다. 이 시편은 ‘순례시편'(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를 오는 사람들이 여행 중에 부르던 노래)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순례시편은 120편부터 134편에 묶여 있습니다. 

시인은 먼저 성전에 대한 애정을 고백합니다. 성전은 “주님이 계신 곳”(1절)이며 “주님의 궁전 뜰”(2절)입니다. 시인이 성전을 사모하는 이유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 사람이 정인이 남기고 간 반지를 만지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처럼, 시인은 성전을 생각하며 하나님을 그립니다. 그는 성전에 집을 짓고 사는 참새를 부러워합니다(3절). 자신도 주님의 집에 항상 머물러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4절). 그렇게 사는 사람이 가장 복된 사람입니다. 

시인은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는 순례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길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순례길에 올라 있습니다(5절). 예루살렘 성전에 이르기까지 순례자는 여러 가지의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눈물 골짜기”(6절)는 그 난관을 상징합니다. 원문에는 “바카 골짜기”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예루살렘 근처에 있던 험한 골짜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먼 길을 걸어 온 순례자들은 이 골짜기에서 마지막 시련을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순례자들의 마음에 은총을 주셔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하십니다(7절). “샘물”과 “가을비”(6절)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상징합니다. 

장차 오르게 될 순례길을 상상하면서 시인은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합니다(8절). 아울러 그는 “주님께서 기름 부어 주신 사람”(9절) 즉 이스라엘의 왕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래야만 예루살렘 성전이 안전히 보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주님의 집 뜰 안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곳에서 지내는 천 날보다 낫기에, 악인의 장막에서 살기보다는, 하나님의 집 문지기로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10절)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께 대한 사랑이 이토록 강렬하기에 수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순례길에 오르는 것입니다. 주 하나님은 “태양과 방패”(11절)가 되시기에 그분을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복이 있기 때문입니다(12절). 

묵상:

시편 139편에서 다윗은 자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하나님의 임재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음부 가장 낮은 곳에 가도, 우주의 가장자리 끝에 가도 혹은 하늘 높이 올라가도 하나님의 품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안에 살고 하나님 안에 죽습니다. 하나님을 호흡하고 삽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하나님 때문이고, 죽어 없어진다 해도 하나님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분의 현존에 깨어 살아가는 것이 믿음입니다. 육신을 가진 우리는 자주 그 사실을 잊습니다. 향기 가득한 정원에 있어도 3분이 지나면 더 이상 그 향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하나님의 품 안에 살면서도 그분의 존재를 자주 잊습니다. 시인이 때를 정하여 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를 간 이유는 하나님의 임재에 자신을 깨우려 함입니다. 풍진에 파묻혀 사는 까닭에 마음의 눈이 어두워져 있다고 느낄 때 먼 순례길에 오릅니다. 지금 그가 선 자리에도 하나님이 계시지만, 성소에 가서 믿는 이들과 함께 제사를 드림으로 그분의 임재에 자신을 깨우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임재에 깨어나 그분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 진정한 복입니다. 문지기로 살아도 성전에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성전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참새와 제비가 부럽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순례길에 오릅니다. 하나님 품 안에 살고 있지만, 그분의 임재에 더 환히 깨어나고 그분과 더 친밀해지기 위해 예배로, 기도로, 말씀 묵상으로 그분의 품 깊숙이 닿기 위해 순례길에 오릅니다. 우리가 가는 길 중에 가장 복된 길은 순례길입니다.  

4 responses to “시편 84편: 순례길에 오른 마음”

  1. 지난날 즐거웠던 시간, 힘들었던 시간 모두가 은혜이었읍니다. 머지않은거리에서 기다리고있는 바카 골작기도 함께하시겠다는 주님의 약속을 꼭 붙들고 피부로 느끼며 두려움없이 지나가기를 원합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시면 눈물의 골자기도 하늘나라로 변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는 선한목자를 믿음의 가족들과 세상에 알리는 오늘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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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생길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순례의 길임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아무리고난이 닥쳐 오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하나님을 향한 시선이 좌로나 우로치우치지 않는 삶, 말씀 묵상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믿고 인식하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성령님께서 도와 주시옵소서. 아멘. 하나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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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aekhwan - T.K. Lee Avatar
    Taekhwan – T.K. Lee

    순례길의 여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동행하기에 감사하며 행복합니다. 비록 사망의 길을 간다해도 감사하며 두렵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신뢰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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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목회자로 살겠다고 결단하는 이들을 격려하는 예식 때 봉독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마다 7월 중순에 연회를 하면 ‘연회의 꽃’이라는 신임 목회자 안수 예배가 끝을 장식합니다. 안수받는 클래스가 가운 (robe)을 입고 줄 지어 입장하기 시작하면 괜히 나도 감격합니다. 아는 사람이 없어도 그랬습니다. 저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뭉클하고, 이제 겨우 시작이라 생각하니 안스러워집니다. 카톨릭 교회에서는 사제가 바닥에 완전히 엎드리는 자세를 취합니다. 주님께 완전히 굴복한다는 뜻입니다. 저 어려운 길을 가겠다고 나서는 이유가 뭘까요. 주님 앞에 완전히 바쳐진 하루가 그렇지 않은 백 날, 천 날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주의 성전 뜰에서 보내는 하루가 너무나 달아서 다른 데서 지내는 천 날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실로 남들은 알 수 없는 “비밀”이 그와 주님 사이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이 감싸고 도와주려했던 약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항상 너희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씀 하신대로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있습니다. 빈부의 격차에서 오는 가난한 사람들은 물론이요, 정신적으로 결핍을 가진 이들, 채울 틈이 없이 고갈되는 시간표를 따라 사는 사람들, 속의 진실을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 준비되지 않은 채 어른처럼 살아야 하는 청소년들…과부와 고아에 대해 성서가 갖는 연민과 책임의식은 분명합니다. 이 시대의 가난이 무엇인지를 깊게 생각해 봐야 하듯 약자에 대한 정의도 넓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주님의 뜰에서 지내는 하루가 천 날의 아픔을 씻어낸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성전의 문지기로 사는 것이 악한 자의 환대를 받으며 사는 것보다 떳떳하다는 고백으로도 읽힙니다. 하나님의 집이 도피성이요 피난처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품에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만족감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약자’라는 그룹을 따로 분류해 관리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 아니라 같이 살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미 함께 있는 가난한 이들을 계속 내치지 말고, 타자화 하지 말고 (othering – 요새 새로 배운 단어 입니다. 나의 편견으로 타인을 나와 다른 부류로 취급하는 것을 뜻합니다) 같이 사는 길을 내라고 명령하십니다. 모세와 아론을 거역해서 죽은 고라의 자손이 살아 남아 (왕따는 당하지 않았을까…) 이렇게도 아름다운 찬양을 만들었으니 실로 하나님의 은혜는 넓고도 깊고 또 오래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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