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87편: 유배자가 아니라 예배자로

해설:

고라 자손의 시로 되어 있는 이 시편의 히브리어 원문은 번역하기에 모호함이 많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번역본 사이에 차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큰 주제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시편에서 시인은 예루살렘 성전을 회상하면서 하나님께 대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학자들은 이 시편이 예루살렘 멸망 후에 바벨론과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던 상황을 배경으로 쓰여진 것이라고 봅니다.

먼저 시인은 예루살렘 성전을 회상하며 축복합니다(1-3절). 그 터전은 “거룩한 산”(1절, 개역개정 “성산”) 위에 있고, 하나님은 “시온의 문들”(2절)을 다른 어느 곳보다 더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의 도성”(3절)이 영광스러운 이유는 하나님께서 성전을 통해 축복하시기 때문입니다. 

묵상 중에 시인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습니다. “라합”은 이집트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내가 라합과 바빌로니아를, 나를 아는 나라로 기록하겠다”(4절)고 말하는 이유는 그 나라에 흩어져 사는 유다 백성 때문입니다. 그들은 타의로 인해 다른 나라에 흩어져 살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그들은 이방 땅을 하나님을 아는 땅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불레셋과 두로와 에티오피아도 시온에서 태어났다고 하겠다”(4절)는 말도 역시 그곳에 흩어져 사는 유다 백성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로 인해 불신의 나라가 거룩한 나라로 변화된다는 뜻입니다.  

시인은 다시금 예루살렘 성전에 대한 고백으로 돌아옵니다. 시온 산에 세워진 성전은 하나님과 이 땅이 만나는 곳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거기에서 났다”(5절)는 말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에게 속해 있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과 유다 백성만이 아니라 모든 이방 민족이 하나님의 자녀입니다(6절). “노래하는 이들과 춤을 추는 이들”(7절)은 예배자들을 가리킵니다. 예배자들이 결국 고백할 말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하나님께로부터 나왔고 그분께 속해 있다는 것입니다.

묵상:

이스라엘 백성의 ‘디아스포라'(흩어짐) 역사는 출애굽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주전 721년에 앗시리아가 북왕국 이스라엘을 멸망 시킨 후, 앗시리아 제국은 이스라엘 백성을 제국 내의 여러 지역으로 이주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디아스포라 현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한 세기 후, 바벨론은 남왕국 유다를 멸망시킨 후에 유다 백성의 일부를 바벨론으로 데려가 포로 생활을 하게 했습니다. 이로써 디아스포라는 이스라엘과 유다 역사의 중요한 특징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주변 나라들로 흩어진 믿음의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곳에서 하나님을 믿고 살아갔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소망은 예루살렘 성전이 회복되는 것이며 그곳에서 제사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늘 시온 성전을 생각하며 기도 올렸습니다. 

이 시편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상황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 줍니다. 그들은 타의로 남의 나라 땅에 몸붙여 살아가는 처량한 신세였습니다. 시편 137편은 그런 상황에서 부르던 탄식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 시인은 그들의 존재로 인해 불신의 땅이 믿음의 땅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백성들 가운데 그들이 살아가는 것은 비참한 ‘유배’가 아니라 그 나라를 변화시키기 위한 ‘파송’입니다. 그들은 선교사로서 그곳에 보냄 받은 것입니다. 비록 그들은 절대 소수였지만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예배하는 것으로 그들은 그 땅과 그 민족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불신의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불신의 세상에서 믿음을 지키는 것은 유배 생활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의 시편은 그 상황을 뒤집어 보게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유배자가 아니라 예배자로 보냄 받았습니다. 모두가 하나님을 외면하고 부정하는 세상에서 오롯이 그분을 신뢰하고 예배하는 사람, 그 사람이 그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하나님은 신실한 한 사람의 예배자를 오늘도 찾으십니다.   

6 responses to “시편 87편: 유배자가 아니라 예배자로”

  1. 여호와 하나님은 세상 모든 족속의 하나님 이십니다, 넓게 열어 모든 족속이 교회에 들어오도록 하는 문을 사랑하시는 주님의 뜻이 저희들의 교회를 통해 이루어지기를 간구합니다. 온세상에 흩어저있는 한 민족이 복음증거 사역에 쓰임받기를 원합니다. 낮아지고 섬기므로 세상의 구원의 통로가되는 교회, 살아있는 용기와 생명이 있는 교회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격는 믿음의 자매가 치유 되므로 주님의 영광을 보기를 간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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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늘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예배하는 주님의 백성들을 생각하며 주님의 나라가 더욱 확장되어 세상 끝까지 시온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먼 낯선 나라로 이민와서 내 나라로 산지가 벌써 50년이 됩니다, 이 땅과 저 땅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이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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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aekhwan - T.K. Lee Avatar
    Taekhwan – T.K. Lee

    유배자가 아닌 예배자로…! 이 말씀이 강력하게 제 마음에 다가옵니다. 오늘도 어찌 할 수 없는 유배자가 아닌, 당당하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응답하는 예배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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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사랑하는 주님 제가 무거운 의무감이 아니라 기쁨에 흠뻑 빠져서 사랑을 드러내지 않고는 견딜수 없게 하시길 갈망합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시기하고 궁금해하고 마음을 움직여 주님을 따르게 하소서. 세상 근심과 일에 찌든 일과중에 잠시 머리를 들어 당신이 만드신 아름다운 구름, 새소리, 뛰노는 다람쥐, 나무들을 보게 하소서. 당신의 작품들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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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나님을 날마다 예배하는 진실한 예배자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말씀앞에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마다 가정예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소통이 이뤄져야 합니다. 주님!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유배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자로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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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창세기 3장은 인간 드라마의 시작입니다. 뱀이 등장해 이브를 부추깁니다. 이브와 아담이 하나님께 거역하고 에덴에서 추방됩니다. 하나님은 먼저 뱀에게 저주를 내리십니다. 사람들과 원수가 되어 살 것이라고 하십니다. 다음엔 이브를 벌하십니다. 출산의 고통과 남편과의 불화를 벌로 내리십니다. 아담에게는 평생토록 땀 흘리며 애를 써야 땅의 소출을 얻게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최초의 불순종 자녀들에게 불화와 고통과 노동이 형벌로 주어졌습니다. 아담과 이브는 에덴에서 내쫓깁니다. 에덴이 인간의 고향이라면 아담과 이브는 최초의 디아스포라 백성입니다. 예수님이 우리 세계로 오심도 유배자의 벌을 같이 받겠다는 결심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쫓김, 추방의 자리가 인간의 디폴트요 초기 화면이라 생각하니 심란하고 울적해 집니다. 시인은 시온을 그리워하며 노래합니다. 시편을 읽어오는 동안 에덴을 그리워하며 노래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창세기 외에서 에덴이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으니 에덴으로 돌아가 하나님과 재회한다는 생각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대신, 예루살렘으로 돌아간다는 희망과 결심으로 살아갑니다. 그 도시 예루살렘은 하나님이 계신 곳입니다. “나의 모든 근원이 시온에 있다 (7절)”고 사람들이 노래하고 찬양할 것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이 시온이라는 뜻입니다. 무궁화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있는 곳입니다. 영원한 ‘봄’의 땅…우리의 아픔은 머리 속에는 시온이 떠오르는데 눈에 보이는 것은 불화와 고통이라는 점입니다. 마음의 눈에는 고향의 봄이 보이지만 육신의 눈에는 유배지의 겨울 그림입니다. “유배자가 아니라 예배자로” 사는 비결이 믿음이라면 그 믿음은 하나님이 어디에나 계시다는 믿음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심과 돌보심이 나와 함께 하심을 믿는 것입니다. “모두가 시온 출신 (4절)”이니 우리는 모두 다 한 동네 사람들입니다. 추방이 디폴트가 아닐 것입니다. 봄입니다. 따스함과 푸르름이 우리의 초기화면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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