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 시편에는 “가련한 사람이 고난을 받을 때에, 자신의 고민을 주님께 토로하는 기도”라는 표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 시편은 기도자가 자신이 당하는 고난에 대해 가장 절절하게 표현한 시편 중 하나입니다. 그런 까닭에 어려움 중에 있는 사람에게 이 시편은 큰 위로가 됩니다. 이 시편을 읽고 기도하는 동안 누군가가 “나도 그랬어. 나도 알아”라고 말해 주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고난 당할 때 가장 큰 위로는 그 고난을 먼저 당하고 회복된 사람이 던지는 “나도 그랬어”라는 한 마디 말입니다.
이 시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먼저 탄원 기도가 나옵니다(1-11절). 기도자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 주시기를 구합니다(1-2절). 고난 중에서 하나님의 도움을 구한 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오래도록 기도했음에도 응답이 없을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얼굴을 숨기신 것처럼 혹은 귀를 막고 계신 것처럼 느낍니다. 실은 그렇지 않은데, 기도자 편에서 그렇게 느끼는 것입니다. 이어서 기도자는 자신이 처한 고난의 상황을 묘사합니다(3-11절). 지금 그는 원수들의 모욕과 조롱 가운데서 피가 마르는 나날을 지내고 있습니다(8절). 기도자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저주와 진노”(10절)를 쏟아 부으셨다고 느낍니다. 기도자는 여러 가지 비유(연기처럼 흩어지는 날들, 화로처럼 달아오른 뼈, 풀처럼 시든 몸, 뼈와 살이 달라붙음, 광야의 올빼미 같이, 폐허 더미에 사는 부엉이 처럼, 지붕 위의 외로운 새 처럼, 재를 밥 처럼 먹고, 눈물 섞인 물을 마심, 기울어지는 그림자와 말라가는 풀과 같음)를 사용하여 자신의 처지를 묘사합니다.
자신의 가련한 처지에 대해 묘사한 다음 기도자는 하나님께 대한 신뢰의 고백으로 옮겨 갑니다(12-22절). 인생의 조건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하나님은 영원히 동일하십니다. 여기서 기도자는 “시온을 긍휼히 여겨 주십시오”(13절)라고 기도합니다. 이것이 폐허가 된 예루살렘 성전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면, 이 시편은 포로기 이후에 지어졌을 것입니다. 시온에 대한 사랑은 곧 하나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기도자는 주님께서 폐허가 된 시온을 다시 세워 주실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런 하나님이시기에 자신의 처지를 돌아 보시고 구원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기도자는 하나님이 하신 일을 기록하고 선포하라고 회중에게 명합니다(18-22절). 그렇게 할 때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아직 창조되지 않은 백성”(18절, 개역개정 “장래 세대”)이 그것을 읽고 주님을 믿고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주님의 이름이 온 세상, 뭇 백성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도자는 다시 자신의 처지로 돌아와 하나님께 간구를 드립니다(23-28절). 그는 중년도 되지 못하여 죽게 된 처지를 생각하며 하나님의 영원하심을 묵상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은 때를 따라 옷을 갈아 입듯이 변하지만, 하나님은 영원하십니다. 기도자는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긍휼을 베풀어주시면 “주님 앞에 굳건하게 서 있을 것입니다”(28절)라고 고백합니다.
묵상:
산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 축복에는 고난도 포함됩니다. 고난은 축복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축복의 일부입니다. 고난으로 인해 축복은 더욱 커지고, 고난으로 인해 축복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고난을 통해 더 큰 축복을 선사 받기도 하고, 고난 안에 숨겨진 축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난은 필수이지만 불행은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고난에 대해 혹은 고난 중에 어떤 태도로 사느냐에 따라 인생은 불행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는 한데, 때로 고난이 너무 무겁고 힘겨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믿는 이들은 고난의 한 가운데서 우리는 하나님께 도움을 구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응답은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하나님에게서 버림 받은 것 같고 그분에게서 징계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심적 고통은 더욱 커집니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의 속임수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의지하는 사람들을 결코 버리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모든 기도를 들으십니다. 그분은 그분의 전지전능하심으로 우리를 위한 계획을 마련해 두고 계십니다.
따라서 현실이 어떻더라도 우리는 그분의 계획과 섭리를 믿고 견뎌야 합니다. 고난 중에 주님을 믿고 견디게 해 주는 것이 기도입니다. 탄식의 기도로써 그분 앞에 마음을 쏟아 놓고, 찬양과 고백의 기도로써 그분을 높입니다. 그러다 보면, 그분의 계획은 우리의 계획과 다르고, 그분의 시간표는 우리의 시간표와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 믿음으로 그분 안에 머무는 사람은 언제든지 굳건하게 서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난 중에 숨겨진 비밀을 보게 될 것입니다.
고난을 믿음으로 견뎌내는 모습은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화와 깨달음을 안겨 줍니다. 가장 강력한 간증은 성공과 번영이 아니라 고난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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