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앞의 시편에서 하나님의 창조 역사에 대해 고백하며 찬양한 시인은 이어지는 105편과 106편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해 오신 일들을 서술합니다. 105편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 대한 언약에 신실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106편은 이스라엘의 신실하지 못했음을 강조합니다. 104편부터 106편은 창조주와 역사의 주관자로서 하나님을 묘사하며 찬양함으로 4권을 마무리 짓습니다.
이 시편의 첫 15절은 역대상 16장 8-22절에 동일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대상에 의하면, 다윗은 언약궤를 다시 찾아 왔을 때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편의 저자는 다윗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편은 내용적으로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1절부터 7절 까지에서 시인은 하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일들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일들을 기억한다면, 그분을 높이고 찬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어서 시인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행하신 일들을 차례로 기록합니다.
8절부터 11절에서 시인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신 언약을 언급합니다. 주님은 아브라함의 자손에게 가나안 땅을 소유로 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여기서 시인은 “언약”, “약속”, “맹세”, “율례”(8-10절) 같은 단어들을 번갈아 사용함으로써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강조합니다. 족장들을 통해 그 약속을 이루어 가시는 이야기가 12절부터 23절에 서술되어 있습니다. 언약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심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은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자손 중에서 요셉은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갔으나 하나님께서 보호하셔서 그곳에서 큰 인물이 되고 이집트를 기근에서 구해 냅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 살게 됩니다.
24절부터 36절까지에서 시인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크게 불어났고 때가 되었을 때 모세와 아론을 보내셔서 그들을 이집트로부터 이끌어 내신 이야기를 묘사합니다. 여기서 시인은 “주께서…”(개역개정 “여호와께서) 혹은 “그가…”라는 주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집트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하나님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37절부터 44절까지에서 시인은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생활에 대해 서술합니다.
45절은 마지막 단락의 결론인 동시에 시편 전체의 결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택하시고 역사를 만들어 오신 이유는 “그들에게 그의 율례를 지키고 그의 법을 따르게 하기 위함”(45절)이었습니다.
묵상:
어거스틴은 “과거는 기억으로 인해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과거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기억을 잃으면 과거를 잃은 것입니다. 기억하는 것은 과거를 현재화시키는 일입니다. 우리는 과거가 지나갔다고 생각하지만, 기억을 통해 과거는 현재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기억하라, 기억하라, 기억하라“고 강조하십니다. 시인은 그 명령을 따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행하신 일들을 기억합니다. 이 시편에서 그는 의도적으로 하나님이 행하신 일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신 언약에 신실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신실함’은 ‘믿음직함’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한 번 맺으신 언약을 잊지 않으시고 끝까지 신실하셨습니다.
세속 역사들은 역사를 기록하는 이유가 과거와 현재를 대면하게 하여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성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 역사를 기록합니다. 하나님은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구체적인 역사를 통해서 당신이 어떤 분인지를 드러내 보여 주셨습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곧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기억하는 것이고 또한 그분의 신실하심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제대로 기억할 때 우리도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 절(45절)에서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그분의 율례를 지키고 법을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하루의 첫 시간을 성별하여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이유입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기억하고 오늘 하루도 그분 앞에서 신실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