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 시편은 ‘다윗의 찬송시’로 되어 있습니다. 이 시편에는 앞에 나왔던 다윗의 두 시편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1절부터 5절까지는 57편 7-11절과 같고, 6절부터 13절까지는 60편 5-12절과 같습니다. 다윗이 과거에 당했던 것과 동일한 위기를 이스라엘이 만났을 때, 어떤 시인이 다윗의 두 시편을 결합하여 새로운 기도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1절부터 6절까지는 하나님께 올리는 고백과 간구입니다. 시인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정했다는 사실을 반복하여 강조합니다(1절). 107편과 연결해 본다면, 다섯 번 반복된 후렴구 즉 “주의 인자하심에 감사하여라. 사람들에게 베푸신 주님의 놀라운 구원을 감사하여라”(1절, 8절, 15절, 21절, 31절)는 권면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인은 새벽을 깨우고 일어나 온갖 악기로써 하나님을 찬양하겠다고 결의를 다집니다(2절). “만민 가운데서”와 “뭇 나라 가운데서”(3절)라는 말은 시인이 처한 상황을 암시합니다. 그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불신의 땅에 홀로 서 있는 형국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찬양을 멈추지 않겠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찬양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유일한 분이기 때문입니다(4-5절). 이렇게 고백한 후에 시인은 하나님의 구원을 간구합니다(6절). 지금 이스라엘은 다시금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7절부터 9절까지는 시인이 기도 중에 들은 하나님의 응답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성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7절)라는 말은 지금 시인이 성소에 있다는 뜻입니다. 구원을 호소하는 깊은 기도에 하나님은 모든 나라가 당신의 다스림 아래에 있으며 이스라엘은 당신의 사랑의 대상임을 확증해 주십니다. “세겜을 나누고, 숙곳 골짜기를 측량하련다”(7절)는 말씀은 요단강 동편 땅을 소유로 삼겠다는 뜻입니다. 길르앗, 므낫세, 에브라임, 유다(8절)는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말합니다. 모압과 에돔과 불레셋(9절)은 이스라엘의 숙적입니다. 하나님은 그 민족들 마져도 결국 정복하실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10절부터 13절까지는 하나님의 응답을 듣고 난 후에 드리는 기도입니다. 시인은 다시금 하나님의 구원을 호소합니다. “에돔”(10절)은 지금 이스라엘이 대면하고 있는 새로운 적을 가리킵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하나님에게서 버림 받은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11절). 시인은 “사람의 도움은 헛되니”(12절) 하나님께서 도와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런 다음, 시인은 하나님께서 자신과 함께 할 것이라는 사실과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반드시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기도를 마칩니다(13절).
묵상:
시인은 과거에 다윗이 만났던 것과 비슷한 위기를 만납니다. 그는 그 상황에서 다윗이 드렸던 기도를 기억해 내고 그것을 자신의 기도로 만들어 올립니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 시편을 읽고 묵상하는 이유입니다. 시편을 하나씩 읽고 묵상해 가다 보면 과거에 누군가가 지금 내가 당한 사정과 동일한 상황에서 올린 기도문을 만납니다. 그럴 때면 수천 년의 시차가 사라지고 그 기도가 지금 나의 기도가 됩니다. 그리고 다윗에게 함께 했던 동일한 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도 동일하게 역사하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도 다윗이 경험했던 것과 같은 위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질병일 수도 있고, 사고일 수도 있으며, 관계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위기를 만나 꼼짝 없이 죽게 되었다는 두려움이 압도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하나님을 찾는 일입니다. 그럴 때면 내 자신의 말로 기도하기 어렵습니다. 기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기도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럴 때 시편의 기도를 읽고 그것을 자신의 기도로 만들어 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영적 훈련입니다.
그렇게 기도할 때 우리는 하나님이 나를 위협하는 적까지도 다스리시는 분임을 깨닫습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대한 믿음으로 드리는 것이지만 또한 믿음을 회복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기도하기 이전의 마음 상태와 기도한 이후의 마음 상태가 같을 수 없습니다. 기도를 시작할 때는 원수의 세력에 짓눌려 공포에 떨었지만, 기도를 마치고 나서는 이길 수 있다는 확신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것이 기도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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