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09편: 기도는 과정이다

해설:

이 시편의 저자는 다윗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으로는 ‘탄식시편’에 속하지만, ‘저주기도’(6-15절)가 중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저 다윗은 하나님께 “잠잠히 계시지 마십시오”(1절)라고 기도합니다. 자신의 억울하고 분한 사정을 살피시고 바로잡아 달라는 호소입니다. 그는 지금 “악한 자와 속이는 자”(2절)로부터 근거도 없는 비난과 고소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들을 사랑하여 그들을 위하여 기도를 올리건만”(4절) 그들은 “선을 오히려 악으로 갚고, 사랑을 미움으로 갚습니다”(5절). 

이어서 다윗은 그 사람에 대한 저주의 기도를 하나님께 올립니다(6-15절). 여기서의 “그”(단수)는 다윗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사람들 전체를 가리킵니다. 다윗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담과 저주를 하나님 앞에 쏟아 놓습니다. 얼마나 심하게, 얼마나 오래, 얼마나 억울하게 당했기에 이렇게까지 악담을 퍼부을 수 있나 싶습니다. 속으로 삭이고 삭여 왔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 같습니다. 그는 절제를 상실하고 마음 깊은 곳에 쌓여있는 분노의 찌꺼기까지 다 쏟아 놓습니다. 

16절부터 20절까지에서 다윗은 자신이 그 사람에 대해 저주의 기도를 드리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 생각은 하지 않고 저주를 입에 달고 삽니다. “가난하고 빈곤한 자”(16절)은 하나님을 믿고 의롭게 사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자신이 하나님께 저주의 기도를 올리는 것은 그가 다른 사람에게 퍼부은 저주가 그 자신에게 돌아가게 해 달라는 청이라 할 수 있습니다. 

21절부터 29절까지에서 그는 하나님께 자신을 선대해 주시기를 구합니다. 그는 먼저 자신이 얼마나 불쌍한 처지에 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원수들의 모함에 사람들은 자신을 벌레 보듯 하고, 그로 인해 그의 마음과 몸은 모두 쇠약해졌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오직 하나님께 있습니다. 그분에게는 “한결같은 사랑”(26절)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자신이 이렇게 망하고 만다면, 그것은 주님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이런 기도 끝에 다윗은 영적인 힘을 회복합니다. 그는 다시금 하나님을 찬양할 힘을 얻습니다. 하나님께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자신을 구원해 주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30-31절).

묵상:

오늘의 시편은 6-15절에 나오는 저주 기도로 유명합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바울 사도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기도를 읽으며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룩한 성경에 이토록 지독한 악담의 기도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저주시편들이 시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역설적 선물’입니다. 하나님 앞에 설 때 자신의 감정에 정직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분입니다.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는 모든 생각과 감정을 다 아시는 분입니다. 그분 앞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는 것은 헛된 일입니다. 우리는 전신 MRI 기계 앞에 서는 것처럼 자신의 내면을 다 열고 그분 앞에 서야 합니다. 지독한 분노가 마음 속에서 꿈틀거릴 때 하나님 앞에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내놓아야 합니다. 

때로 우리는 감정에 압도당합니다. 감사와 감격에 압도 당하여 춤을 추면서 찬양하기도 하지만, 분노와 앙심에 압도 당하여 입에 담기 힘든 악담을 쏟아 놓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허락하십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주시편은 ‘과정 중에 있는 기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주가 기도의 결론이 아닙니다. 오늘의 시편에서 보듯, 자신의 감정에 정직한 기도는 결국 하나님을 찬양하는 기도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기도 중에 마음에 쌓인 분노가 해소되었기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되찾고 찬양하고 싶은 열정이 회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정직하게 기도할 때에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입니다. 마음에는 분노를 가득 품고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거룩한 말로 기도 시간을 채운다면, 그 사람의 마음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기도는 무엇보다 먼저 기도자 자신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능력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주시편은 우리의 기도에 대해 매우 중요한 교훈을 주는 기도입니다. 

6 responses to “시편 109편: 기도는 과정이다”

  1. 거짓으로 가득한 처지입니다. 원수들의 멸망을 바라는 속 마음이지만 입으로는 원수를 사랑하며 기도하는 위선자입니다. 원수 이었을때 은혜를 베푸신 주님의 사랑을 원합니다. 적어도 모든것을 아시는 주님 에게는 정직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믿음의 식구들과 함께 세상을 힘으로 흔들며 백성을 괴롭히는 권세자 들의 영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오늘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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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살다보면 배반 당하고 억울 한 누명에 휩싸이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앞에 서성거리며 감정 처리에 당황했던 지난 날들이 떠 오릅니다, 악을 비록 선으로 갑지는 못하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에 침묵으로 따르도록 인내역을 주시고 그런 역경을 통해 마음에 죄를 짓지 않고 용서하며 인내를 통해 겸허해 지기를 기도합니다.
    이 모든 마음 속의 갈등을 주님 앞에 내려놓고 묵상 함으로 주님의 길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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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aekhwan - T.K. Lee Avatar
    Taekhwan – T.K. Lee

    에포케 (판단중지) 를 가지고 살게 하소서.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 생활할때,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판단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에포케를 가지고 경청하며 공감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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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인간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당했을 때 그 감정을 상대방에게 폭발하지 않고 먼져 하나님 아버지께 쏟아놓을 때 자녀가 밖에서 두들겨 맞고 아버지께 하소연을 할때 “그래 알았다.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 내가 혼내주마” 라며 안아주시고 달래시는 것처럼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달래주시고 안아주실 것을 믿습니다. 아멘. 하나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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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나님 앞에 나와 아무 말이나 늘어 놓는 것을 기도라고 할 수 없지만 친밀함의 척도는 말을 재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시편에서 다윗은 마음에 있는 심한 말, 숨은 생각을 쏟아 놓습니다. 말을 가리거나 재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합니다. 그런데 그걸 하나님 앞에서 합니다. 배우자나 심복 부하에게 혹은 자식에게도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 다윗은 기도와 찬미의 형식을 빌려 주님께 합니다. 이런 친밀함이 부럽습니다. 어렸을 땐 엄마한테 모든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철이 들면서’ 느끼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정직한 것은 좋은거지만 자기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람은 자기 중심적이고 유아적인 사람이라고 여기지 정직한 사람이라며 좋게 봐주지 않습니다. 다윗은 하나님 앞에서 아이처럼 보입니다. 다듬어진 말로 차분하게 설명하지 않고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는 듯 급하게 쏟아 놓습니다. 화가 저주가 되고, 억울함이 창과 화살로 바뀝니다. 다행입니다 다윗에게 하나님이 계셔서. 부럽습니다 하나님과 이렇게 가까우니.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입니다. ‘사랑’을 주인공으로 삼아 사랑의 이름으로 이것 저것을 하는 날입니다. 하루 내내 주님을 묵상하기를 원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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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주스런 원망이든 넑두리든 투정이든 반항이든 아버지앞에서 속마음 이야기하는 자식이 되길 원합니다. 무관심과 무감각, 연락안하는 자식이 가장 큰 슬픔울 주는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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