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7장 1-53절: 하나님을 우상으로 만드는 죄

해설:

산헤드린 앞에 선 스데반은 그 상황을 전도를 위한 계기로 삼습니다. 이것은 사도행전에 기록된 여러 편의 설교문 중에 분량에 있어서 가장 깁니다. 그만큼 누가가 스데반의 설교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스데반은 먼저 아브라함으로부터 모세에 이르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요약합니다(2-36절). 그런 다음 그는 모세를 통해 주신 예언을 언급합니다. 모세는 “하나님께서는 나를 세우신 것과 같이, 너희를 위하여 너희의 동족 가운데서 한 예언자를 세워 주실 것이다”(37절)라고 예언을 했는데, 그것이 바로 예수님에 대한 예언입니다. 모세야말로 믿을만한 증인인데(38절) 조상들은 “그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그를 제쳐놓고서 이집트로 돌아가고 싶어하였습니다”(39절). 그래서 그들은 아론을 설득하여 우상을 만들고 그 우상을 섬겼습니다(40-43절). 

이어서 스데반은 광야 시대부터 있었던 “증거의 장막”(44절)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 모세가 만든 것인데, 여호수아 시대에 가나안 땅으로 들어 옵니다(44-45절).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후 다윗은 영구적인 성전을 세우려 했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셔서 결국 솔로몬이 그 일을 이룹니다(46-47절). 이 대목에서 스데반은 “그런데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건물 안에 거하지 않으십니다”(48절)라고 말하면서 이사야 66장 1-2절을 증거로 인용합니다. 이것은 대제사장과 성전 귀족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망발이었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 성전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유일의 장소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스데반은 산헤드린 의원들을 향해 “목이 곧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언제나 성령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당신네 조상들이 한 그대로 당신들도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조상들이 박해하지 않은 예언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습니까? 그들은 의인이 올 것을 예언한 사람들을 죽였고, 이제 당신들은 그 의인을 배반하고 죽였습니다. 당신들은 천사들이 전하여 준 율법을 받기만 하고, 지키지는 않았습니다”(51-53절)라고 책망합니다. 스데반은 산헤드린 의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게 한 것은 광야에서 조상들이 우상을 숭배하던 것의 연장선에 있다는 말을 하려 했던 것입니다. 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 온 불신과 반역의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예수님의 죽음에서 절정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묵상:

“인간의 마음은 우상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장 칼뱅의 말입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절대자를 향한 갈망이 있습니다. 그 갈망은 오직 창조주 하나님을 통해서만 채워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영이신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 안에 살기 위해서는 부단히 육신과 물질의 한계를 깨뜨려야 합니다. 온 우주에 충만하신 하나님은 우주의 먼지와 같은 우리에게는 “잡히지 않는” 존재이며 “잡힐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예배하는 하나님이 그런 분이라는 사실을 늘 인식하고 그분의 임재에 우리를 깨우는 것이 영적 생활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고 생각하도록 돕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상징이고 예전이고 성상입니다. 공적 예배를 드릴 때 촛불을 켜 놓는 이유는 그 촛불을 통해 우리 가운데 계신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빵과 포도즙으로 성찬을 나누는 이유는 우리 안에 주어진 하나님의 사랑과 생명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성화를 걸어놓는 이유는 그 그림을 통해 하나님을 생각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쉽게 그것을 우상으로 만듭니다. 그것 자체가 거룩하다고 오인합니다. 그렇게 가르치기도 합니다. 

거기에는 음흉한 음모가 숨어 있습니다. 믿는 이들의 영적 눈을 멀게 하고 우상에 매이게 하여 그들을 노예로 삼으려는 속셈입니다. 그것이 예루살렘의 성전 권력자들이 스데반의 설교에 격분한 이유입니다. 성령은 이렇게 인간의 음흉한 음모를 들춰내고 진실을 드러냅니다.

5 responses to “사도행전 7장 1-53절: 하나님을 우상으로 만드는 죄”

  1. Taekhwan - T.K. Lee Avatar
    Taekhwan – T.K. Lee

    내 안에 있는 헛된 마음들, 나의 이득을 위해서 만들어낸 수 많은 우상들을 하나님 앞에 내려 놓습니다. 나의 선악과로 옳고 그름을 내 시선과 마음대로 판단하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손에 있으며, 하나님의 것임을 기억합니다.

    Like

  2. young mae kim Avatar
    young mae kim

    스데반의 설교를 읽으며 말의 힘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당시에 스데반의 입에서 선포되는 말씀을 듣던 이들의 가슴에 일어났을 감격 혹은 분노, 양심의 찔림 혹은 적대감을 상상해 봅니다. 스데반의 이 말씀은 어떤 이에게는 약이요 어떤 이에게는 독이 되었습니다. 스데반 본인에게는 삶을 중단시키는 설교였습니다. 이 땅의 생을 마감하고 영생을 시작하게 하였습니다. 스데반이 이런 설교를 하게 된 배경에는 그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의 음모가 있습니다. 스데반은 말씀의 은사를 받아 사람들의 신앙이 자라도록 잘 도와주던 사람입니다. 제자 공동체가 번성해 나가는 데 힘을 보탠 사람입니다. 그러나 공동체 안에서 그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와 논쟁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제거를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성령이 활동하는 공동체 안에도 악의 세력은 여전히 힘을 쓰며 때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습니다. 스데반을 모함하는 무리는 스데반이 성전과 율법에 대해 험담을 하고, 모세의 여러 관습을 뜯어 고칠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합니다. 스데반은 공의회가 가장 중하게 여기는 것을 훼손시킬 사람이니 그를 제거하는 것이 곧 공의회를 지키는 길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준 셈입니다. 스데반은 공의회의 청중이 그들의 조상들처럼 항상 성령을 거역하고 있다 (51절)는 폭탄선언을 합니다. 겉으로는 경건하고 유식하며 하나님을 잘 믿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마음 속엔 반역과 위선, 기회주의가 가득한 것을 말합니다. 아프라고 한 설교입니다. 어딘가가 단단히 고장이 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설교입니다. 우리는 나에게 한 말이 아니었어도, 또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었는데도 교훈이 되었던 경우를 봅니다. 나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닐지라도 들을 귀가 있으면 듣고 약이 됩니다. 스데반의 설교를 읽는 이 아침에 나를 돌아보게 하시는 성령님과 만납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에 위선이 섞여 있지 않은지. 주님을 믿는다는 고백에 자기만족과 허영이 스며 들지 않는지. 주님, 남에 대해 말하기 전에 나부터 살피게 하소서. 하나님께로 간다고 하면서도 이집트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늘 경계하고 다스리며 살게 하소서.

    Like

  3. 헛된 우상으로 우리의 마음을 심란하게 흔드는 악의 권세로부터 우리를 지켜 주소서. 십자가를 붙잡고 기도합니다.

    Like

  4. 광대하시고 크신 하나님을 좁디좁은 내 마음속에 가두어 놓고 내 마음대로 나의욕망과 욕심을 구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확장을 위해 구하는 자가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하나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Like

  5. 믿는다고 하면서도 세상의 눈치를 보며 사는 비겁한 존재입니다. 말씀위에 굳건히 서서 담대히 예수님은 구주 이시고 살아게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기를 원합니다,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실천하는 믿음으로 사는 일상이 되도록 도와 주십시오. 아멘.

    Like

Leave a reply to young mae kim Cancel reply

Blog at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