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스데반의 처형과 그 이후의 교회 박해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던 사울은 예루살렘과 유다에서의 박해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제사장의 친서를 받아 가지고 다마스쿠스에까지 원정을 갑니다(1-2절). 그곳으로 도피한 신도들을 체포해 오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달랐습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 위에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사울에게 나타나십니다(3-7절). 사울은 강렬한 빛으로 인해 시력을 잃었고, 사람들에게 이끌려 다마스쿠스에 이르러 사흘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기도하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묵상합니다(8-9절). 그는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심한 충격과 혼란에 빠졌을 것입니다.
그 때 다마스쿠스에는 아나니아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10절). 5장에 나왔던 아나니아와는 동명이인입니다. 그는 기도 중에 환상을 보게 되었고, 환상 중에 나타나신 주님께서 사울을 찾아가라고 하십니다. 아나니아는 사울의 악명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고 그가 왜 다마스쿠스에 와 있는지도 알았기에 주저합니다. 주님께서는 사울에 대한 당신의 계획을 알려 주시면서 가라고 하십니다(11-16절). 아나니아는 그 말씀에 순종하여 사울을 찾아가 손을 얹고 기도해 줍니다. 그러자 사울은 시력을 회복하게 되었고 세례를 받고 음식을 먹습니다(17-19절).
묵상:
사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를 허락하시고 우주에는 자연 법칙을 주시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살아가게 하셨습니다. 그것을 하나님의 ‘일반 섭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시계공처럼 우주와 인간을 저절로 돌아가게 하고 손 떼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인간의 역사와 우주의 운행을 지켜 보시면서 때로 특별하게 개입하십니다. 그것을 ‘특별 섭리’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자유 의지와 우주의 자연 법칙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손상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당신의 섭리를 이루어 가십니다. 그러한 섭리의 손길이 사울의 인생 여정에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하나님께서는 다마스쿠스 도상에서 특별하게 개입하셔서 사울의 인생 여정을 뒤집어 놓으십니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삶의 방식은 ‘자율’입니다. 자신의 자유 의지를 따라서 자기 원하는 대로 살기를 소망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사람은 ‘신율’을 더 높은 이상으로 삼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조율하는 손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다마스쿠스 이후의 사울의 삶은 ‘신율’을 추구하는 삶이었습니다. 자신의 꿈과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실현되는 것이었습니다. 사울은 그것이 진정한 자아 실현의 길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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