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7장 1-12절: 위기 때 드러나는 차별성

해설:

가이사랴에 구금되어 있던 바울은 결국 황제에게 재판을 받기 위해 로마로 가게 됩니다. 베스도 총독은 율리오라는 백부장에게 바울을 로마까지 호송하는 임무를 맡깁니다(1절). 바울과 그 일행은 아시아의 여러 도시로 가게 되어 있는 배를 타고 가이사랴를 떠납니다(2절). 

다음 날, 배는 시돈에 정박했고, 율리오는 그곳에 정박해 있는 동안 바울 일행이 교우들을 만나도록 배려합니다(3절). 배는 다시 시돈을 떠나 키프로스 섬을 바람막이로 삼아 서쪽으로 진행하여 루기아의 무라에 이릅니다(4-5절). 그곳에서 백부장은 바울의 일행을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배로 옮겨 타게 합니다(6절). 배가 무라를 떠나 서쪽으로 진행하는데 맞바람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크레타 섬의 남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에 도착합니다(7-8절).

그곳에서 바람이 잦아 들기를 기다리는 중에 “금식 기간”(9절, 대속죄일, 9월에서 10월 사이)을 지냅니다. 지중해는 겨울 동안에 무서운 폭풍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항해를 자제했습니다. 바울 사도는 그동안 지중해를 여러 번 항해했기 때문에 그 위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곳에서 겨울을 나자고 제안합니다(10절). 하지만 백부장은 크레타 섬의 서쪽에 있는 뵈닉스까지 가기를 고집합니다. 겨울을 나기에 그 도시가 너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11-12절).

묵상:

바울이 탄 배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배에 탄 사람들의 절대 다수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바울과 누가와 아리스다고 정도 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믿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운명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 그리고 언행심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믿는 이들로서의 정체성을 따라 살아서 차별성을 드러내야 했습니다. 동시에 그들은 운명 공동체를 이룬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협조해야 했습니다. 

믿는 이들의 존재감은 운명 공동체에 어려움이 닥칠 때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항구에 이르기까지 바울과 그 일행은 그저 자신들의 소임에 충실하면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은 여러 여행자들 중 일부로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 오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되자 그들의 존재감이 드러납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운명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일어날 때 그들은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위해 보냄 받은 사람들이 됩니다. 

이 아침, 내가 속한 공동체들을 생각합니다. 내가 속한 가정, 내가 속한 직장, 내가 속한 교회, 내가 속한 사회 그리고 내가 속한 국가와 이 세계를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 공동체에 보내신 이유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합니다. 아직 평안할 때 주님과 더욱 친밀히 지냄으로 인해 위기가 닥칠 때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한 하나님의 뜻을 실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6 responses to “사도행전 27장 1-12절: 위기 때 드러나는 차별성”

  1. 허락하신 운명의 공동체를 위해 저의 생각과 언행과 삶이 쓰임 받기를 원합니다.
    따돌림과 멸시천대를 받더라도 공동체를 기도와 희생과 사랑으로 섬기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주님께 영광, 믿음의 식구들 에게는 덕을, 세상
    에게는 십자가의 은혜를 전하는 오늘이 되도록 도와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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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미국이나 한국에서 몇몇 종파들은 그들만의 공동체를 이루어 건실하게 살아가며 그들 나름대로의 믿음을 지켜가지만 그네들이 속한 사회나 국가에 비 협조적인 종파들을 흔히 보게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공생애를 시작할 때 자기 부락에서 시작하여 나사렛, 사마리아 그리고 예루살렘의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며 동시에 공동체에서 불우한 사람들을 고치며 위로하며 기쁜 소식을 전하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내가 속한 사회와 국가에 시민으로서의 의무뿐만 아니라 협조자로 살면서도 구별된 삶을 통해 주님의 나라가 전파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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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바울이 로마를 향해 출발합니다. 여러 항구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가는 멀고 험한 물길입니다. 바울이 탄 배가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해설은 바울의 ‘현장’이 달라졌음을 보게 만듭니다. 익숙한 동네, 익숙한 역할이었는데 배로 옮겨 타니 거친 파도와 날씨에 운명을 맡긴 한 여행객이 되었습니다. 위기가 올 때 진가가 드러난다는 묵상의 포인트를 읽으니 집을 떠날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컸는지’ 시험 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멀리 가는 때에만 해당되는 게 아닐 것입니다. 출근을 하고, 장을 보러 나가고, 교회에 가고, 약속이 있어 나가고…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웃’으로 잘 컸는지 시험을 보러 가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사회성은 현대 교육에서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성격이 좋다거나,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거나 하는 것을 장점으로 여기는 선생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학교의 기능이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90퍼센트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인성이나 사회성의 향상은 ‘저절로,’ 혹은 ‘나이 들고 철 들면’ 되는 일이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니지요. 젊은 부모들도 아이의 감성과 사회성을 키우는 데 많은 공을 들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개인의 정신 건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크리스찬의 사회적 책임이 좋은 동료나 친절한 이웃이 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출발점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바울의 뱃길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으로부터 받는 도전과 동료 여행객들과의 마찰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십자가의 영성이 드러나는 삶, 예수의 사람이 품어야 할 차별성을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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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함은 배가 난파되거나 화재나 지진이 나는 그런 긴박한 순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 가치관을 흔드는, 내 마음을 요동치는 그런 순간을 말합니다. 자녀가 돈벌이 안되는 인문학을 선택한다고 하거나,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힘든 직업을 택한다고 할때, 결혼상대자를 데려왔는데 집안, 학벌이 떨어지고 심지어 인종이 달랐을때, 힘들게 번 돈과 생활비, 교육비를 생각하며 세금을 속이고 싶을때, 우리는 갈등합니다. 인간으로서 이런 고민은 당연합니다. 특히 60, 70년대 미국에서 가난과 언어장벽을 경험한 세대는 머리속에 경제적 풍요가 1번 과제로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왜 교회를 떠나는지 생각해봅니다. 모든 자녀는 부모를 사랑합니다. 교회를 가는것도 많은 경우 신앙적인 부모님을 사랑해서 입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깔끔한 정장에, 좋은 차에, 친절한 말투를 하는 부모가 집에서는 명문대 가야된다, 인기학과에 가야 돈 잘 번다, 그친구는 흑인이니 사귀지 마라, 힘들게 번 돈이니 세금은 조금 속여도 된다, 이런 이중적이고 세속적인 자세를 자녀가 보게되면 부모는 더이상 감동을 주지 못하고, 부모를 사랑하기에 내색은 안하겠지만 신앙에 냉소적인 자세를 만들뿐입니다. 차라리 집안이나 집밖에서 일관되게 세속적인 자세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의 위선적인 모습을 제 자녀들이 싫어했습니다. 어른들의 말이 현실적이고 세상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득하는 제 변명이 궁색하고 몰염치하다고 느꼈습니다. 자녀가 바른 선택을 하면 가난하게 살게 된다는 불안이 있다면 내 마음에 하나님이 안계셨던 거겠지요. 바울이 그랬던것 처럼모든것에 하나님을 우선두는 자세는 하나님은 잘대로 나를 버리지 않으신다는 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런 신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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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묵상 글에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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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님의 깊이가 있는 묵상글 평소 잘 읽고 있습니다. 사실 위의 글은 위선적인 제 반성의 글이었습니다. 님께 계속 신앙에 큰 울림이 되는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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