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7장 13-38절: 공동체를 살리는 영성

해설:

선장과 선주의 의견을 따라 아름다운 항구를 떠난 배는 만약을 대비하여 크레타 섬 해안에 바싹 붙어서 뵈닉스로 향합니다(13절). 얼마 지나지 않아 바울이 예상한 대로 유라굴로라 불리는 폭풍이 북쪽에서 몰아칩니다(14절). 폭풍이 워낙 거세어 바람에 맡기고 표류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15절). 선원들은 만약을 대비하여 필요한 조치들을 취합니다(16-17절). 다음 날에는 짐을 포기했고(18절), 그 다음 날에는 배의 장비까지 다 내던집니다(19절). 어둠 속에서 풍랑에 시달리기는 기간이 길어지자 배에 탄 사람들(총 276명)은 살아 남을 희망마져 희미해져 갔습니다(20절).

모두가 배멀미로 인해 기진 맥진해 있을 때, 바울이 일어나 일행에게 말합니다. 그는 먼저 자신의 말대로 아름다운 항구에서 겨울을 났어야 했다고 말한 다음(21절),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주님께서는 그에게, 이 풍랑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해 주셨다는 것입니다(22-26절).

항해를 시작한지 두 주일이 지났을 때, 선원들은 배가 육지를 향해 밀려가고 있음을 감지합니다(27-29절). 그 때 일부 선원들이 거룻배를 내려 탈출하려 합니다(30절). 그것을 보고 바울은 백부장과 병사들에게 선원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합니다(31-32절). 날이 새어갈 때 바울은 일어나서 일행에게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리라고 권면합니다(33-34절). 그렇게 말한 다음,  바울은 그들 앞에 서서 음식을 먹습니다(35절). 그러자 사람들이 바울을 따라서 음식을 배불리 먹고는 남은 음식을 모두 바다에 버립니다(36-38절). 

묵상:

바울은 죄수의 신분으로 배에 오릅니다. 하지만 배에 위기가 닥쳐 오자 그는 죄수가 아니라 선장처럼 지도력을 발휘합니다. 그럴 수 있는 힘은 그의 깊은 기도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다른 죄수와 병사와 상인들과 함께 항해하는 중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항상 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그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었습니다. 크레타 섬에서 겨울을 지내자고 제안했던 것도, 폭풍에 시달려 모두가 살 소망을 잃었을 때 주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것도 깊은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배가 육지에 닿기 전에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고 힘을 내라고 격려한 것도 그가 영적으로 살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빵을 먹는 바울의 모습은 마지막 만찬에서 주님께서 행하신 일을 기억하게 합니다. 

배는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유라굴로 태풍은 공동체에 닥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상징합니다. 바울은 위험과 위기를 당한 공동체에서 믿음의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혹은 직장에서 믿음의 사람은 늘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공동체를 섬깁니다. 믿음의 사람은 특별히 위기 앞에서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치유하고 격려하고 회복하고 세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 내에서 나에게 주어진 위치나 직분이 아닙니다. 바울은 죄수의 신분이었지만 그의 믿음은 그를 지도자로 세워 주었습니다. 오늘도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바울과 같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5 responses to “사도행전 27장 13-38절: 공동체를 살리는 영성”

  1. 허락하신 모든 공동체 에서 빛과 이름이 없는 밑 거름이 되기를 원합니다. 시련과
    어려움이 닥쳐와도 낙심 하지않고 구원의 언약을 기억하고 의지하는 결단을 기도
    합니다. 공동체를 위해 몸에지닌 모든것을 아낌없이 포기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어려움에 처해있는 공동체 지체들을 지적하거나 심판 하지않고 용기와 소망을 주는
    삶을 살아내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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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위기에 처했을 때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골몰하는 바울을 그려봅니다, 생명의 경각중에도 침착을 잃지않고 동행하는 모든 사람들을 격려하며 본을 보이는 선교사의 모습을 연상하게 됩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내가 무엇을 했으며 지금 무엇을 하고있나 반성하며 그 공동체에서 유리되지 않고 함께 배를 젓는 뱃사공의 하나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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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aekhwan - T.K. Lee Avatar
    Taekhwan – T.K. Lee

    선한 영향력이 드러나는 삶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적인 안정감을 매일 두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과 일에 순종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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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바울의 침착함과 단호함 그리고 그의 따뜻함을 봅니더. 제 마음이 불안하고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하는 회의감이 밀려올때 나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선한 마음의 신앙의 조력자를 붙여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내가 회복되게 하시고 그가 어려음을당할때 나도 그를 격려하게 만드소서. 이런 공동체를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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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바울 사도가 로마로 가는 여정이 참 어려웠습니다. 오늘 말씀은 배나 바다에 대해 무지한 사람의 눈에도 바다에서 죽게 되었다고 좌절하며 공포에 떠는 사람들의 심리가 보이는 듯 합니다. “표류”라는 단어가 15절에 나오는데 바울이 탄 이 배만 표류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도 여러번 보고 겪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폭풍이 불자 배는 이겨내지 못합니다. 짐을 버리고 장비도 버립니다.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어느 땅에라도 닿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바울은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희망의 소리가 됩니다. 하나님의 뜻은 이들이 바다에서 죽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 줍니다. 우리도 어려울 때, 삶이 표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배를 타 본 일은 거의 없지만 대신 여행길에 바퀴가 모래에 빠져 당황하고 난감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어느 내셔널 파크로 여행을 갔는데 낯 설고 인적도 뜸한 길에서 차 바퀴가 모래에 빠져 나오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관광지라서 여행객들이 다니는 길이기는 했지만 딱히 도와주겠다고 서는 차가 없어서 점점 무서워지는 중이었습니다. 딸 아이는 동생 손을 모아주며 “Help us God! Please get us out of here!” 기도를 했고 우리도 차가 지나갈 때마다 혹시 도와주려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차가 서더니 펑크락인지 헤비락인지 아무튼 남다른 복장을 한 일본 청년들이 내렸습니다. 우리는 영어로, 그들은 일본말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사실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는 상황이라서 그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도와주어 무사히 차가 빠져 나왔습니다. 표류의 반대말은 전진일 것입니다. 스턱 stuck 된 상태에서 풀려나는 것입니다. 바울이 준 희망은 표류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표류하다 끝나고 말 것이라는 심리가 가득 찬 사람들에게 이 상태를 벗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바울의 깊은 영성이 배를 구합니다. 아니, 배에 탄 사람들을 구합니다. 기술이 먹히지 않을 때, 지식이 힘을 못 쓸 때, 인맥을 동원할 수 없을 때,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을 때…이런 때가 의외로 많습니다. 하나님께 의지하는 바울이 되게 하소서. 이리저리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중심마저 같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들어 주소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이 이웃의 신뢰를 얻는 인격으로 성숙하도록 도와 주소서. 주님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간 속에 놓인 교회를 도와주실 줄로 믿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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