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선장과 선주의 의견을 따라 아름다운 항구를 떠난 배는 만약을 대비하여 크레타 섬 해안에 바싹 붙어서 뵈닉스로 향합니다(13절). 얼마 지나지 않아 바울이 예상한 대로 유라굴로라 불리는 폭풍이 북쪽에서 몰아칩니다(14절). 폭풍이 워낙 거세어 바람에 맡기고 표류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15절). 선원들은 만약을 대비하여 필요한 조치들을 취합니다(16-17절). 다음 날에는 짐을 포기했고(18절), 그 다음 날에는 배의 장비까지 다 내던집니다(19절). 어둠 속에서 풍랑에 시달리기는 기간이 길어지자 배에 탄 사람들(총 276명)은 살아 남을 희망마져 희미해져 갔습니다(20절).
모두가 배멀미로 인해 기진 맥진해 있을 때, 바울이 일어나 일행에게 말합니다. 그는 먼저 자신의 말대로 아름다운 항구에서 겨울을 났어야 했다고 말한 다음(21절),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주님께서는 그에게, 이 풍랑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해 주셨다는 것입니다(22-26절).
항해를 시작한지 두 주일이 지났을 때, 선원들은 배가 육지를 향해 밀려가고 있음을 감지합니다(27-29절). 그 때 일부 선원들이 거룻배를 내려 탈출하려 합니다(30절). 그것을 보고 바울은 백부장과 병사들에게 선원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합니다(31-32절). 날이 새어갈 때 바울은 일어나서 일행에게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리라고 권면합니다(33-34절). 그렇게 말한 다음, 바울은 그들 앞에 서서 음식을 먹습니다(35절). 그러자 사람들이 바울을 따라서 음식을 배불리 먹고는 남은 음식을 모두 바다에 버립니다(36-38절).
묵상:
바울은 죄수의 신분으로 배에 오릅니다. 하지만 배에 위기가 닥쳐 오자 그는 죄수가 아니라 선장처럼 지도력을 발휘합니다. 그럴 수 있는 힘은 그의 깊은 기도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다른 죄수와 병사와 상인들과 함께 항해하는 중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항상 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그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었습니다. 크레타 섬에서 겨울을 지내자고 제안했던 것도, 폭풍에 시달려 모두가 살 소망을 잃었을 때 주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것도 깊은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배가 육지에 닿기 전에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고 힘을 내라고 격려한 것도 그가 영적으로 살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빵을 먹는 바울의 모습은 마지막 만찬에서 주님께서 행하신 일을 기억하게 합니다.
배는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유라굴로 태풍은 공동체에 닥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상징합니다. 바울은 위험과 위기를 당한 공동체에서 믿음의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혹은 직장에서 믿음의 사람은 늘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공동체를 섬깁니다. 믿음의 사람은 특별히 위기 앞에서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치유하고 격려하고 회복하고 세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 내에서 나에게 주어진 위치나 직분이 아닙니다. 바울은 죄수의 신분이었지만 그의 믿음은 그를 지도자로 세워 주었습니다. 오늘도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바울과 같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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