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113편부터 이어지는 ‘할렐시편’ 중 하나로서 이 시편은 기도에 응답하시는 신실한 하나님께 대한 찬양과 감사의 기도입니다.
먼저 시인은 자신의 기도를 들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평생토록 기도하며 살겠다고 다짐합니다(1-2절). 얼마 전, 그는 죽음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고난을 통과했습니다. “스올”(3절)은 바닥을 알 수 없이 깊은 구덩이를 말합니다. “스올의 고통”은 어둠 속으로 한 없이 빠져 들어가는 것 같은 절망감을 말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인은 하나님께 간절히 구원을 호소했습니다(4절).
그 경험을 통해 시인은 하나님이 “은혜로우시고 의로우시며” “긍휼이 많으신 분”(5절)임을 체험합니다. 또한 그분은 “가련한”(6절)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푸십니다. 하나님의 한량없는 은혜를 기억하며 시인은 “너는 마음을 편히 가져라”(7절)고 자신을 타이릅니다. 하나님을 냉엄하고 무자비한 심판관으로 안다면 그분을 생각하는 마음이 편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은혜와 긍휼이 풍성하시고 어려움 중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마음이 편안 해집니다. 설사 고난을 당하더라도 고난보다 더 크신 하나님이 돌보고 계심을 알기 때문입니다(8절). 그래서 시인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주님 보시는 앞에서 살렵니다”(9절)라고 다시 한 번 고백합니다.
시인은 다시 고난 받을 때의 일을 생각합니다. 그는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우냐?”(10절)는 생각으로 시달릴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께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에게 배신 당하여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11절)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도 믿음으로 견뎌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믿음에 응답하셔서 구원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어떻게 갚을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12절). 첫 번째로 할 일은 “구원의 잔을 들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13절, 17절) 것입니다. 찬양과 감사보다 더 갚진 선물은 없습니다. 두 번째로 할 일은 주님께 서원한 것을 갚는 일입니다(14절, 18-19절).
이렇게 고백하는 가운데 시인은 “성도들의 죽음조차도 주님께서는 소중히 여기신다”(15절)고 말합니다. “성도”라고 번역된 말은 “하시딤”인데,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헤세드)을 경험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 경험은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하나님께서 그 사람들의 죽음을 “소중히 여기신다”는 말은 그들의 생명을 지켜 주신다는 뜻입니다.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일입니다. 그 죽음은 하나님의 다스림과 섭리 가운데 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습니다(마 10:29). 그렇다면 하나님을 신실하는 성도들의 죽음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믿는 사람이라면 죽음도 감사히 받아 들입니다.
묵상:
고난은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압살시키기도 하지만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게 하고 그분께 대한 믿음을 더 깊게 만들기도 합니다. 반면, 안정과 번영은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부패시키거나 약화시킵니다. 도심에서는 밤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지만, 광야에 나가면 쏟아질 듯 하늘 가득 별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존재는 모든 것이 갖추어지고 안락한 환경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불편하고 척박한 자리에 가면 하나님의 존재가 보입니다. 건강하고 만사가 편할 때에는 하나님이 마음의 가장자리로 밀려납니다. 반면, 몸이 괴롭고 고통스러울 때면 하나님이 절실해집니다.
절망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호소하다가 그분의 침묵에 절망하고 믿음을 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바라는 방식대로 응답해 주시기를 구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에 응답 하시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시간과 우리가 기대하는 방식과는 다른 때에 다른 방식으로 응답하십니다. 그것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은 하나님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고 더 깊은 믿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기에 시인처럼 “내가 평생토록 기도하겠습니다”(2절)라고 혹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주님 보시는 앞에서 살렵니다”(9절)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은혜에 찬양과 감사로, 서원한 것을 행하는 것으로 응답합니다.
이것이 “하시딤” 즉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한 사람들이 사는 방법입니다. 그 사람은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우냐?” 혹은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탄식이 나올만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을 믿고 의지합니다. 그 믿음은 하나님의 헤세드를 새롭게 경험하게 하고, 그 경험은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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