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첫 번째 순례자의 노래에서 시인은 “내가 고난 받을 때에 주님께 부르짖었더니, 주님께서 나에게 응답해 주셨다”(1절)고 고백합니다. “고난 받을 때”는 이방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야 했던 자신의 처지를 암시합니다. 물리적으로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져 산다는 사실이 마치 하나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율법을 따라 사는 것은 고난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이미 시편 119편에서 거듭 고백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는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하나님께 예배 드릴 것을 간절히 갈망하면서 부르짖었고,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셔서 순례길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시인은 자신이 살고 있던 상황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는 “사기꾼들과 기만자들”(2절)에게 둘러 싸여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메섹 사람의 손에서 나그네로 사는 것” 혹은 “게달 사람의 천막에서 더부살이하는 것”(5절)과 다름이 없다고 말합니다. “메섹”은 흑해 근처에 살고 있던 부족의 이름이고 “게달”은 아라비아 반도의 한 부족을 가리킵니다. 당시로서는 야만적이고 잔인한 부족으로 알려져 있던 사람들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 야만적인 부족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자신은 진실을 추구하는데 그들은 거짓을 말합니다. 자신은 정직하게 살기를 원하는데, 그들은 속임수를 자랑합니다. 자신은 평화를 원하는데 그들은 전쟁을 즐깁니다(7절). 시인은 자신이 처한 곳이 지리적인 의미에서 이방땅이 아니라 영적인 의미에서 이방땅에 살고 있음을 절감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들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구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2절). 진실과 정직과 평화를 찾으시는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결국 심판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3-4절).
묵상:
시인은 자신이 지리적인 의미에서의 이방땅이 아니라 영적인 의미에서의 이방땅에 살고 있음을 자각합니다. 그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그분의 뜻을 따라 살기를 힘써 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그와는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자신처럼 사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절대 다수는 타락한 욕망을 따라 야만성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서 믿음을 지키며 사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세상은 자신과 다르게 사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조롱하고 무시하고, 때로는 억압하고 박해 하며, 때로는 제거하기를 음모합니다. 시인은 세상으로부터의 압박을 느끼며 흔들립니다. 하나님께서 지켜 주시지 않으면 계속 그렇게 살아갈 수가 없음을 압니다. 그렇다고 하나님께 등지고 세상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모든 죄악을 심판하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하나님께 부르짖어 간구합니다. 믿는 까닭에 감당해야 하는 손해와 모욕과 고난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자신을 보호해 주시기를!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나님을 뵈올 날이 속히 오기를!
시인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도 이 땅에서 영적으로 이방땅에 사는 유배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얼마나 다르게 살고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그 길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는 부르짖음의 기도가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성소에서 주님을 뵙고 싶은 간절한 열망이 있는지를 또한 자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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