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31편: 젖뗀 아이의 영성

해설:

열두 번째 순례자의 노래는 가장 짧은 시편 중 하나이지만 가장 심오한 시편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깨닫고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맡긴 사람의 내면 상태와 삶의 자세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님, 이제 내가 …… 하였습니다”(1절)라는 말은 “과거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인간은 자신이 신이 되어 살아갑니다. “교만한 마음”은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마음을 말합니다. 피조물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주인이 되어 살아가려는 마음입니다. 그런 사람은 “오만한 길”을 갑니다. 그 마음은 만족을 알지 못하고 분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놀라운 일을 이루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증명하고 싶어합니다. 

“이제”는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고 그분 안에서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이후를 말합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어 보는 것이 아닙니다.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피조물로서의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스리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분께 자신을 맡기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 믿음에 이르면 분수에 넘치는 일을 꿈꾸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크고 높고 비싼 것을 좋아하지만, 믿음의 사람은 그런 것에 마음 빼앗기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 가장 크고 높고 좋습니다. 그 사람에게 가장 놀라운 일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런 믿음으로 사는 사람은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 “젖뗀 아이”(2절)와 같습니다. 젖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 이유는 한 가지뿐입니다. 어머니와의 친밀함을 누리려는 것입니다. 그 아이에게는 다른 욕심이 없습니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참되게 얻은 사람에게는 다른 욕심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고백이 이스라엘 백성 모두의 고백이 되기를 소망 하면서 “이스라엘아, 이제부터 영원히 오직 주님만을 의지하여라”(3절)고 권합니다.

묵상: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단일신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매우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본성은 관계에 있다는 뜻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의 하나님이 친밀한 관계 안에서 하나가 되어 우주의 운행과 역사의 흐름을 이끌어 가십니다. 그렇기에 믿음은 관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삼위의 하나님을 바로 만나고 그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믿음입니다. 사도 요한은 그것을 “사귐”(코이노니아)이라고 부릅니다(요일 1:3). 사귐은 지속적인 관계 안에서 친밀해지는 인격적 소통을 가리킵니다. 인격적 사귐은 서로를 닮아가게 하고 이심전심으로 통하게 합니다. 

인간이 하나님과 나누는 사귐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가 “어머니 품에 안긴 젖뗀 아이”입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우리에 대한 그분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안다면, 우리의 가장 강한 열망은 그분 안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그분의 품을 생각하고 그 사랑에 머물러 쉬는 일입니다. 우리의 예배, 기도, 말씀 묵상 그리고 찬양은 그분의 품 안에서 친밀함을 누리려는 노력입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은 우리가 그분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분 안에 머물러 안식과 만족을 얻고 나면 우리가 몸부림쳐 찾던 것이 온전히 채워졌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하기 전까지 인간은 무엇인가를 얻고 성취하여 만족을 얻으려 합니다. 하지만 손에 쥐는 것이 많아질수록, 사회적으로 이룬 것이 많아질수록, 내적 공허감은 더 커지고 진해집니다. 다윗은 이 진실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바른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 안에서 안식과 만족을 얻고 나서의 일입니다. 그 이후로 그는 자신의 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도 헛된 몸부림을 멈추고 먼저 하나님 안에서 만족과 안식을 얻고 누리라고 권합니다. 

6 responses to “시편 131편: 젖뗀 아이의 영성”

  1. 분에 넘치는 일을 이루려고 아둥바둥 했던 날들을 되 돌아보며 내가 앞서가며 주님이 뒤따라 주기를 기도했던 어리석은 지난 날들을 되 색여 봅니다, 내 안에 숨어있는 교만과 오만의 뿌리를 뽑아내도록 도와주십시요.
    이제는 모든 미련을 버리고 오직 주님의 품 안에 삶의 질곡이 안정되어 평화가 이루어 지기를 간구합니다.
    주님만을 의지하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Like

  2. 사랑과 은혜의 임마누엘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올바르게
    깊게 많이 알기를 원합니다. 항상 어디서나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을 꼭 붙잡고 자족하며 섬기고 사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매일 매일 믿음의 식구들과 함께 주님을 조금씩 더 닮아가고 말씀순종하며 살도록 도와 주십시오.
    아멘.

    Liked by 1 person

  3. Taekhwan - T.K. Lee Avatar
    Taekhwan – T.K. Lee

    오늘도 내 안식처가 어디인지 인식하고 하나님 안에서 머뭅니다. 찬란한 유혹과 혼돈가운데 잠잠히 하나님안에 거합니다.

    Like

  4. 주님 저를 기억하소서.

    Like

  5. young mae kim Avatar
    young mae kim

    좋아해서 가끔씩 기억을 더듬어 읊어 보는 시입니다. 석 줄 뿐인데도 쉬엄쉬엄 묵상할 재료가 풍성한 시입니다. 첫 줄은 고백입니다. 자기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꺼내어 놓습니다. 쉬운성경 번역에는 ‘이제’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이랬는데 지금부터는 그렇지 않다는 과거와의
    단절 뉘앙스가 없습니다. 늘 그러해야 한다는 결론을 깨달은 사람의 고백처럼 “여호와여 내 마음은 허황되지 않으며 나의 눈은 교만하지
    않습니다”라는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피터슨 목사님의 메세지 번역은 “I don’t want to be king of the
    mountain” 입니다. 자기 우물, 자기 산 속에서 ‘내가 왕이다!’ 착각하며 살고 싶지 않다는 고백입니다. 첫번째 줄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두번째 구절은 어머니이신 하나님을 보여 줍니다. 1절은 ‘나’를 말하고, 2절은 내가 혼자 있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말합니다.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의 젖을 먹고 난 아이처럼 잠잠하고 조용하게 있습니다. 필요한 것도 원하는 것도 없는
    아이입니다. 다 가진 아이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있으니 바랄 것이 없습니다. 샬롬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편안하고 평안한 상태입니다.
    1절이 이루어져서 – 이제 내가 헛된 것을 꿈꾸지 않게 되었으니, 그런 지혜를 얻었으니 – 2절의 상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1절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사니까 2절의 상태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2절이 먼저인 것 같이
    읽혀집니다. 2절의 아이라면 1절의 모습을 지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뒤 순서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시편의 시들은 플롯이
    따로 있어서 순서대로 펼쳐지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함께 있으니 이 아이는 다 가졌습니다. 주님, 나도 이 아이이지요? 주님 품 안에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는 아이이지요? 고아를 보듯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봐 왔습니다. 힘 없이 어깨를 내려뜨리고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멀쩡하게 부모님 계신 아이가 어디 가서 고아처럼 불쌍한 얼굴을 하고 살면 어머니 아버지 마음이 아플텐데…

    Like

  6. 젖뗀 아이가 어머니의 포근한품안에 있을때 그아이의 시선이 어머니의시선과 마주하며 교감할때를 상상해 봅니다. 어린아이는 오직 포근한 어머니의 품안에서 어머니의 사랑만을 느끼며 서로 미소짓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자녀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하나님과 사귀며 사는 오늘이 되게 하옵소서. 아멘. 하나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Blog at WordPress.com.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