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열네 번째 순례자의 노래는 믿음의 공동체에 대한 노래입니다.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1절)은 믿음의 가정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 노래는 솔로몬 이후로 남북으로 갈라졌고 그 이후로도 계속하여 갈등과 싸움을 이어오고 있던 이스라엘 민족을 위한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온 민족이 하나님께 대한 믿음 안에서 서로를 형제자매로 여기고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시인은 여기서 두 가지의 비유를 사용하여 민족과 국가의 하나됨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설명합니다. 첫째 비유는 아론을 제사장으로 세울 때 그의 머리에 부었던 기름입니다(출 29:7). 제사장 예복을 입고 앉아 있는 아론의 머리에 기름이 부어졌을 때, 그 기름이 아론의 수염을 타고 흘러서 옷깃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둘째 비유는 헤르몬 산의 이슬이 흘러 시온 산까지 적시는 모습입니다. 헤르몬 산은 시온 산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160 킬로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헤르몬 산에 내린 이슬이 시온 산을 적신다는 상상은 엄청난 과장입니다. 이 과장을 통해 시인은 민족과 국가의 하나됨에 대한 하나님의 축복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강조합니다.
그 복은 곧 “영생”(3절)입니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영생”을 죽고 나서 이어지는 영원한 생명으로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생각했던 영생은 이 땅에서의 안전한 삶이었습니다. 민족과 국가가 하나되어 평화를 이루면 이 땅에서 오래도록 안전하게 사는 축복을 누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묵상:
시인이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드렸던 기도를 우리의 조국을 위해 올립니다. 먼저는 대한민국 안에서 모든 백성이 서로를 형제자매로 생각하여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살아가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극단적인 이념 대결로 갈려져서 서로를 “빨갱이”로 혹은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헐뜯고 싸우는 일이 줄어들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야만 언젠가 북한이 개방될 때 남과 북이 서로를 형제자매로 여기고 하나가 되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시인이 상상했던 그 축복이 우리 조국에 흘러 넘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 축복이 우리가 몸 붙여 살고 있는 미국 땅에도 회복되기를 기도합니다. 미국 역사 상에 완전했던 시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하나가 되어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 변화가 처음 시작되어야 하는 곳이 믿음의 가정이며 또한 믿음의 공동체(교회)입니다. 믿음의 가정과 믿음의 공동체는 헤르몬 산이 되어 하늘에서 내리는 축복의 이슬을 받아 건조한 시온 산까지 흘러 내려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믿음의 가정이 분열되고 믿음의 공동체가 갈라진다면 나라와 민족이 하나 되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시편의 기도가 내 가정과 내 교회에서부터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화해와 일치의 바이러스가 세상으로 퍼져 나가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