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오순절”은 히브리인들의 추수감사절입니다. 유월절 이후 오십일째 되는 날로서 “칠칠절”(신 16:10) 혹은 “맥추절”(출 23:16)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칠일째 되는 날에 일어난 일입니다. 신도들이 다락방에 모여 일 주일 동안 기도하며 예수께서 약속하신 성령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오순절이 시작되는 날, 기도하기 위해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신비한 일이 일어납니다(1절). 그들은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를 듣습니다(2절). 또한 불길이 솟아 오를 때 생기는 불의 혀처럼 보이는 것들이 기도하는 사람들 위에 임합니다(3절). 누가는 예수께서 약속하신 성령이 그들에게 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들은 일제히 배운 적도 없는 외국어를 말하기 시작합니다(4절). 누가는 그것이 성령께서 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오순절은 ‘순례 축제’(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제사를 드려야 하는 절기)이기에 당시 예루살렘에는 세계 각국에서 살던 유대인들이 와 있었습니다(5절). “경건한 유대인”은 이방 지역에서 살고 있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들은 사도들과 신자들이 각각 자신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랍니다(6-8절).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당시 로마 제국의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9-11절).
이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두 가지의 반응을 보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놀라고 당황합니다(12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새 술에 취하였다”(13절)고 조롱 하기도 했습니다.
묵상:
오순절 성령 강림의 사건은 두 가지 차원에서 보아야 합니다. 첫째, 이 사건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흐름 안에서 유일회적 의미를 가집니다. 이 사건은 종말에 대해 예언자들을 통해 주신 약속(욜 2:28-32)이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여기서 “종말”은 ‘말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하신 결정적인 시간을 뜻합니다. 승천하신 예수께서도 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로써 새로운 이스라엘 즉 교회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십자가에서 흘린 새언약의 피로 구속된 새로운 공동체가 탄생한 것입니다.
둘째, 이 사건은 보이지 않는 성령의 임재가 드러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보여 줍니다. 성령께서는 태초부터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일해 오셨습니다. 그분이 임할 때면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오순절 성령 강림 때에 일어난 일들(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음,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형상을 봄, 배우지 않은 언어를 말함)은 성령께서 임하실 때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의 예입니다. 그러한 현상들은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키고 생의 진로를 바꾸어 놓습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사람 그리고 성령의 다스림 아래에 있는 교회에는 그런 신비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마음 가득 경외감을 안고 하나님을 우러러 찬양하는 것이 우리의 예배입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서로를 돌아보는 것이 믿음의 공동체입니다. 아, 이런 믿음, 이런 공동체를 소망합니다.
Leave a Reply